영국 금융산업이 1980년대 중반 금융업종 간 칸막이를 없앤 '금융빅뱅' 이후 최대 규모의 변화 소용돌이에 빠져들고 있다. 영국 정부가 구제금융을 지원한 3대 은행의 소매은행 부문을 매각,경쟁적인 구도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내비쳤기 때문이다.

데일리텔레그래프와 로이터통신 등은 2일 영국 정부가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와 로이즈,노던록을 구조조정하면서 소매은행 부문을 떼내 별도의 대형 상업은행들로 탈바꿈시킬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영국 정부는 대규모 구제금융을 투입하면서 RBS와 로이즈 지분을 각각 70%와 43% 확보했으며 노던록은 완전 국유화한 상태다. 영국 정부의 청사진에 따르면 이들 3개 새 은행은 2015년까지 출범하며 예금과 모기지(주택담보대출)에 초점을 맞춘 순수 상업은행이 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앨리스테어 달링 재무장관은 BBC방송에 출연해 "구제금융을 받은 '빅3' 은행들의 자산은 영국 은행시장 신규 진입자들이 보유해야 한다"며 "공적자금이 투입된 은행들의 지점이나 특정 기관들은 분리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3대 은행의 자산 인수에는 HSBC나 바클레이즈 등 기존 은행들의 참여를 배제,최대한 경쟁을 유도하겠다는 뜻이다. AP통신은 3대 은행의 지점 중 총 700개 이상이 매물로 나올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노던록은 100여개,로이즈는 3000개 이상,RBS는 2200개 이상의 지점을 갖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영국 정부의 이 같은 청사진이 제대로 실현될 수 있을지 의문을 표시하는 시각도 있다. 3대 은행 자산을 인수하겠다고 나서는 업체가 없는 게 제일 큰 문제다. 영국 정부는 미국과 호주 중동 금융사 등이 관심을 보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