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기획재정위원회가 고액 연봉자에 대한 감세를 축소하기 위해 소득세 최고세율 구간을 신설하는 방안을 추진하자 정부는 물론 민간 경제단체에서도 강한 반대 의사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국회 경제법안 심사 과정에서 최고세율 구간 신설 여부가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재정위가 추진하는 소득세 최고세율 구간 신설안은 억대 연봉자를 대상으로 과세표준 구간을 새로 만들어 최고세율을 적용하고,감세 혜택을 주지 않는 것이 골자다. 현행법상 최고세율(35%)을 적용하는 과표는 '8800만원 초과' 구간이며,정부의 소득세 인하 계획에 따라 내년 소득분부터는 2%포인트 인하한 33%의 세율이 적용된다. 하지만 재정위는 억대 연봉자 대상의 구간을 신설해 △'8800만원 초과~1억2000만원 이하' 구간은 인하한 세율인 33%를 적용하되 △'1억2000만원 초과' 구간은 35% 최고세율을 그대로 적용한다는 것이다.

이런 방식이 도입될 경우 감세 기조를 크게 흔들지 않으면서 '부자 감세' 논란을 피해갈 수 있고 세수 확보를 통해 재정 건전성도 어느 정도 높이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게 재정위 의원들의 주장이다. 최고세율 구간이 신설되면 연 4800억원의 세수를 추가로 확보할 수 있다.

세수 확보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반대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조세정책의 일관성을 해친다고 보기 때문이다. 주영섭 재정부 조세정책국장은 "세계적인 추세가 과표 구간은 줄여 나가고 세율을 낮추는 것"이라며 "이미 작년 세제개편안에 따라 2단계 세율 인하안이 국회에서 통과돼 시행 중인 마당에 방향을 수정한다는 것은 정책의 신뢰성을 훼손할 뿐 아니라 세계 추세와도 역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주 국장은 "경기 회복이라는 감세 정책의 목표와도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특히 국내에 진출하는 외국 기업들의 경우 고액 연봉자 비율이 상대적으로 많기 때문에 법인세뿐 아니라 소득세도 투자 판단의 주요 기준이 된다"며 "소득세 인하안을 수정하는 것은 대외신인도와도 직결되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재정부는 이에 따라 향후 여당과의 당 · 정 협의는 물론 국회 재정위 조세소위 논의 과정에서 정부의 의견을 적극 개진,소득세 인하를 당초 안대로 관철시킨다는 계획이다.

경제단체도 소득세 최고세율 구간 신설이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대한상의 손영기 금융세제팀장은 "당초 소득세 인하는 가처분 소득을 증대시켜 내수 촉진으로 이어지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며 "소비를 주도하는 고소득자에 대해서만 과세 차별을 둔다면 조세 형평성에도 맞지 않을 뿐더러 경제 회복에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