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세계 PC 업계에서 가장 무서운 선수는 누구일까요? 에이서입니다. 휴대폰 업계에서 뜨는 선수는 또 누구일까요? HTC입니다. 둘 다 대만 기업이죠.이들은 디지털 디바이스에서 대만이 얼마나 강한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기업들입니다. 한국에 삼성 LG가 있다면 대만엔 에이서 HTC가 있다고 할 정도입니다.

에이서는 전혀 불황을 타지 않았습니다. 3분기에 52억달러의 매출을 올렸는데 분기 매출로는 창사 이후 최대입니다. 우리 돈으로 6조원이 넘으니까 SK텔레콤 3분기 매출의 2배쯤 되겠죠.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4% 증가한 1억780만달러입니다. 부품이 모자라지만 않았더라면 더 좋은 실적을 거뒀을 것이라고 합니다.

에이서는 3분기에 델을 제치고 세계 2위 PC 메이커로 도약했습니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에이서는 작년 3분기보다 25.6%나 늘어난 1096만대의 PC를 팔았습니다. 반면 델의 판매대수는 995만대로 8.4% 줄었습니다. 이에 따라 시장 점유율(판매대수 기준)에서 에이서(14.0%)가 델(12.7%)을 추월했습니다.

비결이 무엇일까요? 넷북을 비롯한 저가 PC 시장을 휩쓸었기 때문입니다. 에이서는 2007년 말부터 넷북을 과감하게 밀어붙였는데 불황이 닥치는 바람에 톡톡히 재미를 봤습니다. 관망하다가 뒤늦게 넷북 시장에 뛰어든 델은 선수를 놓치고 말았지요. 물론 매출만 놓고 보면 에이서는 아직 델의 절반에 불과합니다.

에이서는 2005년 중국 레노버가 IBM의 PC사업을 인수한 직후만 해도 세계 3위를 위협받았습니다. 그러나 게이트웨이와 패커드벨을 인수함으로써 미국과 유럽에 확실한 거점을 마련했습니다. 이때부터 멀티 브랜드 전략을 펼쳐 레노버를 멀찌감치 따돌렸습니다. 이제는 매출에서도 델을 추격하겠다고 합니다.

에이서는 4분기에도 PC 판매대수가 3분기보다 10~15%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내년 전망도 낙관합니다. 올해 2500만대 내지 3000만대에 달하고 내년에는 4000만대로 늘어날 것이라고 합니다. 올해 들어서는 휴대폰 사업에도 뛰어들었습니다. 목표는 2012년까지 연간 1000만대를 달성하는 것입니다.

휴대폰 시장에서는 HTC가 깃발을 날리고 있습니다. HTC는 '이노베이터(innovator)'입니다. 무엇이든 남보다 먼저 시도합니다. 1년 전 T-모바일 미국 법인이 세계 최초로 내놓은 안드로이드폰 G1도 HTC 제품이죠.오는 6일에는 안드로이드 2.0 모바일 OS(운영체제)를 탑재한 폰을 모토로라와 동시에 내놓습니다.

안드로이드폰은 구글이 공개한 개방형 모바일 OS '안드로이드'를 탑재한 스마트폰을 말합니다. 안드로이드폰에 관한한 HTC가 선두주자입니다. 온라인 미디어 테크크런치 보도에 따르면 지금까지 발표된 안드로이드폰은 24종이며 HTC가 7종으로 가장 많습니다. 그 다음은 삼성전자 5종,모토로라 4종 순입니다.

HTC는 이제 스마트폰 시장에서 품질로도 인정받고 있습니다. 최근 시넷(CNet)이 선정한 '베스트 스마트폰' 5개 중에는 HTC '터치 프로2'도 포함됐습니다. 나머지 4개는 올해 미국 시장에서 크게 주목받았던 애플 아이폰 3GS,림 블랙베리 투어 9630,팜 프리와 6일 발표될 모토로라 안드로이드폰 드로이드입니다.

HTC는 스마트폰,특히 안드로이드폰에서 기선을 잡았다고 판단했는지 자사 브랜드를 알리는 글로벌 광고 캠페인에 나섰습니다. 타이틀은 'You'.뉴욕 맨해튼에 있는 타임스퀘어 빌딩에는 12개 층을 가리는 초대형 빌보드를 걸었습니다. 소문 없이 신제품을 불쑥불쑥 내놓기만 하던 HTC로서는 유례 없는 일입니다.

HTC는 1997년에 설립돼 우리나라 팬택보다 일곱살 어립니다.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ODM(제조업자설계생산)으로 성장했다는 점에서는 비슷한데 매출은 2~3배입니다. 작년 매출은 46억달러,순이익은 8억6600만달러.5조4000억원대 매출에 1조원의 순이익을 낸 것입니다. 올해는 더 좋은 실적을 낼 것 같습니다.

대만 에이서와 HTC는 요즘 거침없이 하이킥을 날리고 있습니다. 에이서 대표는 최근 대만 정부로부터 훈장까지 받았습니다. 에이서는 이제 세계 PC시장 석권을 노리고,HTC는 휴대폰 메이저 도약을 벼르고 있습니다. 이들은 차세대 모바일 디바이스 시장을 주름잡고 싶은가 봅니다. 무서운 선수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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