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 당국이 저축은행 업계의 무리한 자산 확대 경쟁에 우려를 표명했다. 건전성과 새로운 수익사업을 고려하지 않은 자산 확대는 앞으로 저축은행의 발전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양성용 금융감독원 부원장보는 지난달 30일 제주 롯데호텔에서 열린 저축은행 최고경영자 세미나에서 "최근 자산 규모가 수조원에 이르는 저축은행이 많이 등장했으나 건전성과 새로운 수익 사업이 동반됐는지 의문"이라며 "무분별한 자산 확대는 오히려 저축은행의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올해 6월 말 기준 부산과 한국 계열 저축은행의 자산이 8조원을 넘어서는 등 자산 순위 상위 7개(부산 · 한국 · 솔로몬 · 현대스위스 · 토마토 · 제일 · HK저축은행 계열) 저축은행의 총 자산은 37조원에 이르고 있다.

양 부원장보는 "자산이 급증한 저축은행의 경우 건전성이 담보되지 않은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등에 집중한 경향이 강했다"며 "PF 대출로 업계 전체가 건전성 위기를 겪은 만큼 무분별한 자산 확대는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저축은행의 낮은 소매금융 취급 비율과 소매금융 사업의 경쟁력 저하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양 부원장보는 "지난 2003년 30%를 웃돌던 저축은행의 소매금융 비중이 현재 10%대로 하락했다"며 "이제는 저축은행들이 본연의 업무인 소매금융 사업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부업체의 소매금융 사업 연체율이 7%를 넘지 않는데 저축은행의 연체율이 10%를 넘는 것은 문제"라며 "이는 저축은행의 고객에 대한 상세 분석 역량이 대부업체보다 못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양 부원장보는 "저축은행은 소액 신용대출을 확대해야 한다"며 "대부업체가 보유한 데이터베이스를 저축은행이 공유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저축은행의 무분별한 후순위채 발행과 예 · 적금 금리 인상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명했다.

이에 대해 저축은행 관계자는 "저축은행 자산 건전성을 문제삼으면서 부실 위험이 큰 서민대출을 늘리라는 것은 난센스"라며 "서민대출을 일정 비율 이상 하는 저축은행에는 지점수를 늘릴 수 있게 해주거나 저신용자 대출 이자를 정부가 일정 부분 보전해 주는 등의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