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부산시민회관 대강당.오후 3시가 되자 한화그룹 직원 50여명이 모여들었다. 오후 7시 열린 '한화와 함께하는 찾아가는 음악회'를 돕기 위한 자원봉사자들이었다. 대한생명 부산지역본부와 한화리조트 해운대,한화손해보험 영남본부,한화테크엠 창원공장,한화갤러리아 진주점,한화l&c 진해공장 등에서 온 이들은 음악회 좌석 준비부터 공연 마무리까지 모든 것을 담당했다.

이날 한국경제신문 후원으로 열린 음악회는 한화그룹이 사회공헌 활동 차원에서 펼치는 찾아가는 음악회 중 하나다. 한화그룹은 상대적으로 클래식 음악을 접하기 어려운 지방 주민과 문화 소외 계층 등을 위해 직접 지역에 찾아가 클래식 음악회를 열고 있다. '호프 위드 베토벤'이란 주제로 열린 이날 음악회는 금난새씨의 지휘로 유라시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이끌어 열띤 호응을 받았다.


◆모든 관객이 VIP

이날 음악회는 몇 가지에서 여느 음악회와 달랐다. 우선은 모두가 초대받은 VIP였다. 당연히 입장료는 없다. 초대권을 좌석표와 바꾸면 됐다. 한화그룹은 계열사들이 지원하고 있는 공부방,지역아동센터 등 복지기관의 어린이들을 특별 초청했다. 일반 시민들도 함께했다.

공연 내용도 다른 행사와 여러모로 차이났다. 아무런 설명도 없이 예정된 순서대로 음악만 연주하는 게 일반적인 음악회다. 하지만 이날 음악회에선 지휘자가 중간중간 음악의 배경 등을 설명했다. 그 덕분에 로시니의 '알제리의 이탈리아인 서곡'과 베토벤의 '교향곡 5번 운명' 등의 연주가 시작되고 끝날 때마다 우레와 같은 박수가 이어졌다. 학생 관객이 많았음에도 소란은 전혀 없었다.

음악회에 참석한 김진관군(당감초4)은 "오케스트라 연주를 처음 들어보니 찌릿찌릿했다"며 "오늘 본 연주자들과 같은 음악가가 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김연준군(해동중2)은 "다른 음악회는 음악만 연주해 어렵고 지루했는데 음악 배경을 쉽게 설명해줘 아주 재미있었다"며 "이런 공연을 자주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모든 준비는 한화그룹 직원이

이날 음악회는 준비부터 뒤처리까지 모두 한화그룹 자원봉사자들이 맡았다. 강당 안내소에 입간판과 알림판을 설치했고 매표소에서 초대권을 좌석번호가 적힌 입장권으로 바꿔주는 것도 이들의 몫이었다. 주차 및 좌석 안내와 프로그램 배부도 봉사단원들이 맡았다. 입구에서는 신종 플루 예방을 위해 참석자 1800여명에게 소독제를 일일이 뿌려주기도 했다. 음악회가 끝난 오후 9시,관객들이 모두 돌아갔지만 자원봉사자 50여명은 다시 바빠졌다. 무대와 좌석,쓰레기까지 모두 정리하고 처리해야 했기 때문이다.

한화그룹의 찾아가는 음악회에는 이처럼 그룹 직원들이 자원봉사를 나온다. 후원금만 지원하고 생색을 내는 행사와는 다르다. 자원봉사자들은 음악회의 모든 절차를 처리한다. 이날 봉사에 처음 참가한 최태욱씨(대한생명 서면점 마케팅전략실)는 "고아원 방문과 환경 사회봉사 등보다 쉽다고 생각했는데 준비 시간이 오래 걸린 데다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려 힘들었다"며 "그렇지만 큰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경운 한화그룹 사회봉사단 차장은 "음악회를 통해 사회복지시설 아동과 청소년,지역 시민들을 초청해 문화 체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며 "그룹의 자발적인 봉사단원들이 함께 행사를 치르고 있어 더욱 의미있다"고 소개했다.

주민 · 음악인 · 기업의 윈 · 윈 모델

한화그룹이 찾아가는 음악회를 시작한 것은 2004년.상대적으로 음악회를 접할 기회가 적은 지역과 계층을 직접 찾아가 음악회를 열어주자는 취지에서였다. 정서적이고 감성적인 사회공헌 활동을 체계적이고 조직적으로 도입했다. 한화그룹은 이후 매년 6~7차례 음악회를 열고 있다. 주로 한화그룹이 지원하는 학생들이나 소외 계층,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한다. 올해는 안면도 대전 광주 여수 등에서 음악회를 가졌다.

2006년부터는 금난새씨가 단골로 참여하고 있다. 그의 해박하고 알기 쉬우며 적절한 배경 설명이 음악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는 평가다. 금씨는 "음악을 통해 국민이 행복을 느끼고 문화시민으로 다가갈 수 있는 아이디어를 한화그룹 봉사단원과 함께 찾아가고 있다"며 "국민과 음악인,기업이 서로 윈 · 윈하는 모델을 만들고 있다는 데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한화그룹의 찾아가는 음악회는 2000년부터 후원해 온 '예술의전당 교향악 축제' 및 2006년부터 시작한 '청계천 문화예술마당'과 함께 클래식 애호가들이 손꼽아 기다리는 음악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