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유성 산은금융지주 회장은 1일 "국내 소매금융시장은 이미 레드오션(red ocean)"이라며 "산은금융은 이 분야에서 국내 은행과 경쟁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산은의 수신기반이 취약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원화로만 수신하지 않을 것이며 수신기반도 국내만 염두에 두지는 않는다"고 말해 국내 은행보다는 외국 은행의 인수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는 특히 아시아은행에 대한 인수합병(M&A)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민 회장은 "동남아 인도 등지에서 현지 화폐로 수신 등 자금을 조달하고 대출을 하게 되면 국내 제조업체의 현지 진출을 견인해 동반성장할 수 있다"며 "금융수출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민 회장은 "산은은 이미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기업금융,구조조정 등 세 분야에서는 아시아 톱 랭킹 수준"이라며 "PF 중 도로,항만,철도,신도시 개발 등 특정부문은 세계 2~8위권에 포진해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아시아 각국이 한국의 경제성장을 롤 모델로 삼고 있고 이를 뒷받침한 산은(KDB)에 대해 좋은 평가를 내리고 있다며,이 점에서 산은은 골드만삭스와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고 있다는 게 민 회장의 설명이다.

그는 "5년 이내에 산은금융을 범 아시아 리딩뱅크로 만드는 것이 1차 목표"라며 "세계경제의 성장축이 아시아로 넘어오는 지금이 산은에 성장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새로운 성장동력을 국내에서만 찾아서는 안 된다"며 "재무적 투자를 목적으로 하는 KIC(한국투자공사)와 별개로 해외에서 전략적인 투자를 집행하는 기관도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산은금융과 동시에 출범한 정책금융공사에 대해서는 "정책금융공사가 빨리 홀로서기를 해야 산은지주도 제 갈 길을 갈 수 있다"며 "정책금융업무의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대한 지원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 회장은 "산은금융에 대한 정부의 손실보전 조항은 정부가 지배주주의 지위를 상실하는 순간 사라지게 된다"며 "이 기간을 최대 5년까지로 보고 있다"고 말해 정부의 동의를 받아 가급적 빨리 산은 민영화를 완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산은금융의 최대 자회사인 산업은행의 행장을 겸임하는 민 회장의 임기는 은행장 임기가 끝나는 2011년 6월까지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