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는 외국인의 현물 · 선물 대량 매도에 1600선 밑으로 추락하는 등 큰 폭의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외국인은 29일 현물 · 선물을 1조원 가까이 팔아 전날을 포함한 이틀간 2조4000억원 넘는 매도를 보이고 있다.

이 같은 외국인의 '팔자' 전환은 미국 경기 회복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글로벌 자금이 신흥시장 주식에서 미 국채 같은 안전 자산으로 급격히 이동하는 것을 방증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통상 10월 말부터 연말 결산을 위해 투자자금을 회수하는 헤지펀드들이 차익 실현을 위해 대량 매물을 내놓고 있다는 관측이 많다.

한 유럽계 증권사 법인영업 담당자는 "올 들어 외국인의 전체 순매수 금액 28조원 가운데 25% 정도는 헤지펀드 자금으로 추정된다"며 "이들이 연말 결산을 앞두고 그동안 주가 상승에 따른 차익을 실현하기 위해 서둘러 매도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그는 "안전 자산 선호현상이 두드러지면서 외국계 롱머니(장기투자펀드)도 관망세가 뚜렷해져 헤지펀드의 매물을 소화하지 못하는 형편"이라고 설명했다.

코스피지수보다 좋은 실적을 올리는 게 목표인 일반 주식형펀드와 달리 헤지펀드는 시장 상황과 관계 없이 처음에 세운 절대수익률을 달성하려 한다. 김형렬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가 본격적인 상승 흐름을 타기 전인 올 1분기에 발빠르게 주식을 샀던 헤지펀드들이 이미 상당한 수익을 거둔 데다 향후 증시 전망이 불확실한 상황인 점을 의식해 매도 규모를 늘리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렇지만 아직 증시에선 달러화 강세 전환이 추세로 이어질 가능성은 높게 보지 않는 분위기다. 헤지펀드 등의 매도가 일단락되면 외국인 매수세가 다시 살아날 것이란 관측이다.

황빈아 교보증권 연구원은 "중 · 장기적으로 원 · 달러 환율이 내려갈 것으로 예상되고 국내 경기 회복과 기업 실적은 내년에 정점을 이룰 것이란 의견이 많아 외국인의 매수 여력은 여전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