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맨이 되려면 금융에 관한 전문지식을 쌓아야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꿈'입니다. 금융 관련 자격증 공부를 시작하기에 앞서 증권인이 돼서 과연 어떤 꿈을 펼칠지를 고민해야 합니다. "

황성호 우리투자증권 사장은 27일 금융투자협회 · 전국투자자교육협의회 · 한국경제신문이 공동 주최하는 '금융투자회사 CEO 대학가 릴레이 특강'의 첫 번째 강사로 고려대에서 '금융투자산업과 금융투자회사의 미래'를 주제로 한 강의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씨티은행 서울지점 이사,PCA아시아지역 자산운용사업부문 부대표 등을 거쳐 지난 6월 우리투자증권 대표이사에 취임한 황 사장은 고려대 경영학과 72학번이다. 30년 이상 차이가 나는 모교 후배들을 앞에 두고 강단에 선 황 사장은 얼마 전 회사에서 있었던 일을 들어 강의를 풀어나갔다.

"우리투자증권이 한시적으로 보유하고 있던 종합금융업무 라이선스가 이달에 만료됐어요. 담당 부장은 라이선스가 만료되면 행여나 회사를 떠나야 하지 않을까 걱정했겠죠.나는 그 부장에게 두달여 전에 회사 연수원이 필요하니 적당한 부지를 물색해 보라는 특명을 내렸습니다. '당신이 초대 연수원장이 될 것'이란 귀띔과 함께 연수 교재도 만들어 보라고 했죠.그랬더니 이후 그 부장의 눈빛이 달라졌어요. "

황 사장은 "이런 변화를 보면서 '꿈'이란 것이 직장인에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새삼 깨닫게 됐다"며 "CEO도 직원들이 꿈을 키울 수 있는 직장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겠지만,여러분과 같은 예비 직장인들도 사회 진출 이전에 스스로의 꿈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의 금융투자산업은 그동안 제조업에 비해 글로벌화가 늦었지만 이제는 해외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실력을 갖췄다"며 "금융투자산업에서 일하기를 희망하는 사람이라면 이제는 세계 시장에서 1위가 되겠다는 꿈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 사장은 한국 자본시장의 미래를 낙관적으로 전망했다. "한국은 공적연금과 가계 모두 주식 투자 비중이 절대적으로 낮아 향후 주식시장으로 보다 많은 자금이 유입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예상을 웃도는 기업의 실적과 경제의 펀더멘털을 감안할 때 향후 국내 자본시장은 빠르게 성장할 것입니다. "

황 사장은 또 "자본시장법 시행으로 증권사의 업무 범위가 넓어지고 업무 성격도 변화한 만큼 증권업계 종사자들도 보다 다양한 분야에서 도전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즉 주식위탁매매 중심의 브로커리지 업무에서 다양한 금융상품을 판매하는 자산관리 창구로 증권사 업무의 무게 중심이 이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황 사장은 따라서 "증권사 취업을 희망하는 학생이라면 증권사의 업무가 변화하고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두고 준비를 해야 한다"며 "단순히 주식뿐 아니라 모든 금융상품에 대한 체계적인 전문 지식을 바탕으로 고객들에게 투자 솔루션을 제시해 줄 수 있는 사람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 사장은 필요한 인재상에 대해서는 "우리투자증권은 국내 종합 1위 증권사를 달성한 뒤 글로벌 투자은행(IB)으로 성장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어학 능력뿐 아니라 해외 시장에 대한 지식과 같은 글로벌 역량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날 강의를 들은 한승철씨(경영학과 05학번)는 "금융회사 취업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금융위기 발발 이후 불안감이 많았었다"며 "오늘 강의를 듣고 한국 금융산업의 미래가 밝다는 자신감을 갖게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