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발전을 발판으로 지방의 문화도 수출하는 시대예요. 이번 공연도 포항의 문화적 역량을 일본에 자랑스럽게 보여주는 것이죠."

포항시립교향악단을 이끌고 28일 일본 후쿠야마,30일 가마고리에서 연주회를 갖는 포항시립교향악단 상임지휘자 유종씨(52)는 "문화를 수출한다는 각오로 연주하겠다"며 이같은 말했다. 후쿠야마 공연은 포항시와 후쿠야마시의 자매결연 30주년을 맞아 마련됐고,가마고리 연주회는 유씨와 포항시립교향악단의 명성이 알려지면서 성사됐다. 그는 "가마고리 인근의 나고야는 일본의 세계적인 기업인 도요타자동차가 만든 도요타시"라며 "포스코가 최근 도요타에 차량용 강판을 수출해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듯이 포항시립교향악단도 큰 성과를 얻고 오겠다"고 강조했다. 포항시립교향악단은 일본에서 쇼팽의 '피아노협주곡 1번',일본 가곡 메들리 등을 들려주고 일본의 대표적인 피아니스트 에자키 마사코와 협연한다. 쇼팽의 '피아노협주곡'은 유씨가 새로 편곡했다.

유씨는 1983년 서울 국립극장에서 지휘자로서 첫 연주회를 가진 이후 국내에서는 부산시향, 서울시향 등에서 지휘봉을 잡았으며 한국인 최초로 동유럽의 헝가리, 폴란드 무대에 섰으며 세계 정상급 교향악단인 영국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를 지휘했고 필하모니아와는 14장의 앨범을 녹음해 호평을 받았다. 지난해부터는 포항시립교향악단 상임지휘자로 활동하고 있다.

처음 포항시립교향악단을 맡았을 때 유씨는 미국 철강의 도시 피츠버그를 떠올렸다. 그는 "예전의 피츠버그는 공해로 유명한 새까만 도시였지만 큰 기업들이 문화에 적극 투자해 피츠버그교향악단이 세계 정상급 오케스트라 반열에 오르는 등 세계적인 문화도시로 탈바꿈했다"며 "경제 성장이 윤택한 삶으로 이어지는 이런 사례가 포항에서도 충분히 재현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의 아버지는 대한민국 헌법의 기틀을 마련했고 신민당 총재를 지낸 고(故) 유진오 박사.그는 "아버지는 음악가가 되려는 것은 도박이라며 제가 음악공부하는 걸 막으셨다"며 "1983년 아버지가 제 첫 연주회를 보시고 맘에 들어하시며 저의 음악인생을 인정해 주셨지만 한달 뒤 병원에 입원하신 뒤 결국 일어나지 못했다"고 말했다.

글=김주완/사진=정동헌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