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라기보다는 그냥 아이들이 아파트 마당의 평면 분수대에서 뛰노는 장면을 찍은 것,특별한 연출 없이 그냥 카메라를 들이댄 듯한 영상,아이들이 마냥 신나고 즐거워하는 장면만 있는 영상을 과연 광고라고 할 수 있을까? 한화건설의 꿈에그린 '분수' 편에서는 분수에서 노는 아이들의 모습을 그저 보여주고 있을 뿐이다.

광고가 시작되면 1950년대 할리우드 뮤지컬 영화의 걸작인 '사랑은 비를 타고(Singing In The Rain,1952)'의 주제곡이 감미롭게 흐른다. 사랑을 발견한 켈리가 비를 흠뻑 맞고 탭 댄스를 추는 원작의 분위기처럼 아이들이 뛰노는 장면이 나오며 "분수는 꽃처럼 피고/아이들은 별처럼 웃고/꿈에그린에서 꿈처럼 살아요/한화 꿈에그린"이라는 카피가 흐른다. 굳이 의도적인 연출 장면을 찾는다면 솟구치는 분수에서 뛰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을 행복하게 지켜보는 부모의 모습 정도.일상의 한 단면을 자연스럽게 오롯이 영상에 담아냈을 뿐이다.

이 광고는 일상의 단면형(Slice of Life)이라는 표현 유형에 해당된다. 일상의 단면형이란 무엇인가? 마치 단편소설의 미학처럼 일상의 단편적인 장면을 포착해 자연스럽게 소비자가 누릴 수 있는 상품의 혜택과 연결시키는 광고 표현 방법이다. 이 기법은 일상생활에서 상품을 이용하는 상황을 자연스럽게 묘사하면서 그 상품을 주는 혜택을 그려내 소비자의 공감을 얻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광고 연출법은 의도하지 않은 듯이 상황을 자연스럽게 설정해 소비자의 공감을 얻는 것이 핵심인데 '한화 꿈에그린' 광고에서는 광고의 의도를 드러내지 않고 일상의 순간들을 자연스럽게 포착해 한편의 포토 에세이로 만들어냈다. 이런 류의 광고는 상품 구매 이유를 쉽게 제시할 수 있어 광고인들이 선호하지만 제대로 만들기가 어렵다. 하지만 이 광고는 완성도가 높다. 인천 논현동에 분양한 꿈에그린 단지에서 실제로 촬영했다는 점도 신뢰감을 준다.

이 광고에서 "꿈에그린에서 꿈처럼 사세요"라고 말하며 가족의 꿈을 표현한 것은 '가족 가치관'이라는 문화 코드를 이용한 것이다. 즉,아파트라는 상품 자체를 팔기보다 그 안에서 살아갈 가족들의 행복 공간을 제시한 셈이다. 보통 일상의 단면형 광고에서는 상품 자체만 보여주지 않고 사람과 상품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관계를 부각시키는 경향이 있다. 이 광고는 실제로 제작할 때는 친밀함을 의도했지만 결과물은 전혀 의도하지 않은 것 같은 자연스러운 영상미를 보여주면서 자연스럽게 가족 가치관을 전달할 수 있었다.

특히 아파트 내부의 공간구조를 보여주며 상품 이미지를 전달하던 기존의 광고 트렌드에서 벗어나 집 밖에서 활동하는 실제 입주민들의 모습을 보여줘 공감의 폭을 넓혔다. 또한 연예인 등 유명인 대신에 일반인을 광고 모델로 썼다는 점도 광고의 사실성을 더욱 생생하게 살리는 요소로 작용했다.

김병희(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