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간식인 오리온 '초코파이'는 1974년 출시돼 국내에서만 97억개(1조3900억원어치)가 팔렸다. 국민 1인당 200개가량 먹은 셈이며 늘어놓으면 지구를 17바퀴 돌 수 있다.

35년 동안 초코파이가 변함없는 인기를 누릴 수 있었던 것은 오리온만의 맛 덕분이다. 출시 당시 초코파이가 지금과 맛이 같았던 것은 아니다. 지금의 초코파이는 덜 달고 한층 부드러워졌다. 소비자들의 입맛 변화에 따라 지방산을 거의 없앴고 콜라겐을 첨가했다. 초코파이 맛의 변화를 위해 오리온 개발팀은 담배를 끊었고,작은 맛 차이까지 감지하기 위해 아침을 굶고 출근하기도 했다고 한다.


초코파이에는 오리온의 기술력이 응집됐다. 촉촉함을 유지하기 위해 수분을 다량 함유했다. 수분이 많아질수록 미생물에 의한 오염과 변패,풍미의 변화가 발생하기 쉽다는 단점이 있다. 일부 제조업체는 이를 막기 위해 방부제를 쓰지만 오리온은 방부제 없이 제품의 신선도를 유지하고 미생물 변패를 방지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이 있었기에 초코파이의 수출이 가능해졌다.

문영복 오리온연구소 파이개발팀장은 "하루 10개 이상 초코파이를 매일 먹었지만 입사 이래 20년간 몸무게가 4㎏ 밖에 늘지 않았고 치아도 깨끗하다"고 자랑했다.

오리온은 해외에서 더 인기있는 초코파이의 기세를 몰아 중국,일본 등 아시아권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지난해 초코파이 매출 3000억원 중 국내는 800억원이고 해외에서 거의 세 배인 2200억원(중국 1350억원,베트남 240억원,러시아 380억원 등)을 올렸다.

중국에선 지난해 말부터 포장지에 '인자안인(仁者安仁)'이라고 쓰기 시작했다. 어진 사람은 천명을 알아 인에 만족하고 마음이 흔들리지 않는다는 의미다. 일본에서는 올초 '초코파이 미(美)'를 출시했다. 일본에서 미(美)는 맛있다는 뜻이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