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가 활발하지 않은 가운데 외국인 투자자가 매도로 돌아서니 국내 증시가 약세를 면치 못했다.

22일 장 종료 기준으로 외국인투자자는 유가증권시장에서 1천240억원을 순매도해 8거래일 만에 매도 우위로 전환했다.

앞서 외국인은 지난 13일부터 21일까지 7거래일 연속 `사자'를 지속하며 1조7천670억원을 순매수했다.

외국인은 이날 기존 주도 업종인 전기전자만 666억원어치를 팔았고, 금융업(-310억원), 유통(-223억원)도 많이 팔았다.

특히 기관투자자까지 전기전자를 818억원을 순매도한 탓에 삼성전자(-1.22%), LG전자(-4.98%), LG디스플레이(-2.44%), 하이닉스(-2.84%) 등 대형 IT주가 줄줄이 떨어졌다.

증시 전문가들은 미국 증시가 하락한 영향으로 외국인 투자자들의 심리가 위축된 데다가 중국 경제가 예상보다 호조를 보이면서 긴축정책이 조기에 시행되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외국인 매도의 배경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했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이날 3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8.9%를 달성, 지난 1분기의 6.1%와 2분기의 7.9%보다 크게 높아졌다고 밝혔다.

중국 6위의 은행인 초상은행의 친 샤오 회장은 파이낸셜타임스(FT)를 통해 중국의 주식시장과 부동산 시장의 버블을 경고하면서 "통화완화정책에서 중립적인 스탠스로 전환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최근 거래대금이 5조원대를 밑도는 가운데 외국인마저 매도세로 돌아서 수급에 적지 않은 부담이 된 것으로 풀이됐다.

삼성증권 정명지 연구원은 "거래대금이 4조원대로 저조한 가운데 외국인과 기관이 IT를 집중적으로 매도한 탓에 기존 주도주였던 IT주가 하락, 시장 전반이 약세를 보였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 1,150원대까지 가파르게 떨어졌던 원.달러 환율이 다시 오르자 환율 하락을 예상했던 외국인들이 차익실현에 나선 것도 외국인 매도에 일조한 것으로 관측됐다.

신한금융투자 이선엽 연구원은 "환율하락으로 IT기업이 그간 부진했는데, 최근 환율 상승에도 외국인이 IT주를 팔았다는 것은 이들이 달러 약세에 베팅했다는 것"이라며 "즉 최근 환율 수준을 단기 바닥으로 인식하고 더 이상 환차익은 어려울 것으로 판단해 보유 주식을 판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구정모 기자 pseudoj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