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 200명뿐인 희귀질환 환자를 위한 햇반이 나왔다. CJ제일제당이 단백질을 일반인처럼 소화시킬 수 없는 희귀환자를 위한 '햇반 저단백밥'을 오는 26일 출시한다. 7개월간 제품 개발에 8억원을 들였지만 연간 매출은 5000만원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 밑지는 장사가 뻔한 데도 CJ가 제품을 개발한 이유는 뭘까.

햇반 저단백밥(180g)의 단백질 함유량은 약 0.5g로 일반 햇반(210g · 단백질 6.3g)의 10분의 1 미만이다. 이 제품은 140여명의 '페닐케톤뇨증'(단백질의 페닐알라닌 성분이 혈액과 뇌 조직에 축적돼 지능장애를 일으키는 질환) 환자를 포함한 선천성 단백질대사 질환자 약 200명을 위해 기획됐다.

국내의 저단백 식품은 매일유업이 1999년 내놓은 특수 분유밖에 없어,이 환자들은 전분면 · 사탕 · 채소나 일본산 저단백 즉석밥을 먹어야 했다. 그러나 일본 밥은 밥알이 뭉개지고 딱딱해 가위로 잘라먹어야 할 정도다.

제품 개발은 지난 2월 페닐케톤뇨증을 앓는 딸을 둔 윤창민 서울영업팀장(40)이 김진수 CJ제일제당 사장에게 "밥을 굶는 아이가 없게 해달라"고 요청하면서 시작됐다. 김 대표는 즉석에서 수락했고,3월부터 본격 개발에 나섰다. 정효영 CJ식품연구소 연구원은 "단백질 분해효소로 단백질을 제거하고 독자적인 제조장치를 만들어 페닐알라닌 성분을 90%가량 없애면서도 밥 맛은 살릴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가격은 1800원으로 일본 저단백 즉석밥(180g · 4000원)의 절반 미만이며 일반 햇반(1280원)의 1.4배 수준이다. CJ온마트(www.cjonmart.co.kr)에서 판매한다.

최동재 햇반 브랜드 매니저는 "외국에는 저단백 과자 · 스파게티 · 빵 등 다양한 가공식품이 있는데 국내엔 거의 전무해 수익성을 떠나 사회공헌 차원에서 시작했다"며 "다양한 기업이 소외된 이들을 위한 먹을거리를 개발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강유현 기자 y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