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4위의 컴퓨터 서버 제조사인 썬마이크로시스템즈는 지난 4월 소프트웨어 기업인 오라클에 인수된 뒤 혹독한 구조조정기를 겪고 있다. 혁신적인 기업문화를 자랑하는 썬마이크로와 보수적인 색채를 띤 오라클의 결합은 대변화를 예고했다. 썬마이크로에는 이런 변화의 시기에도 바꾸지 않는 원칙이 하나 있다. 바로 인재에 대한 투자다.

2008년 초 썬마이크로는 BTS라는 인력개발 컨설팅 기업과 함께 '리더십 커넥션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엔지니어와 중간급 간부들이 사내에서 교육받을 수 있도록 디자인한 프로그램이다. 하버드나 MIT의 경영자과정 같은 값비싼 교육 대신 회사의 허리인 중간간부와 엔지니어에 대한 교육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리더십 커넥션은 컴퓨터 게임과 비슷하다. 컴퓨터 속 가상 시장에서 각 팀이 개별 회사가 돼 경영성과를 겨루는 '비즈니스 시뮬레이션'이다. 회사 측은 매달 100명의 중간급 관리자들을 모은 후 5명씩 팀으로 묶어 경쟁시켰다. 4일간의 교육기간은 현실에선 4년을 의미한다. 이 기간에 참가자들은 총 700~800개에 이르는 회사경영과 관련된 온갖 결정을 해야 한다.

예산을 마케팅이나 제품 개발에 어떻게 배분할지,혹은 신상품의 가격은 어느 선에서 정할지 등.실제 썬마이크로의 경영진이 회사를 운영하듯 똑같이 회사를 이끌어 나간다.

BTS와 썬마이크로가 공동 개발한 이 시뮬레이션은 모든 팀의 결정을 고스란히 저장한다. 모든 '게임'이 끝나면 썬마이크로의 최고위 경영진과 BTS는 각 팀이 내린 결정이 실제 현실에서 시장점유율과 영업이익,현금흐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계산하고 우승팀을 가린다. 팀원 간 의사소통이나 협력 정도 역시 평가된다.

캐리 윌리어드 썬마이크로시스템즈 부사장은 "원래 엔지니어들은 굉장히 좁은 자신의 전문 분야에만 몰두하는 경향이 있는데 전체 회사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경영할 기회를 주는 건 놀라운 효과를 냈다"며 "모든 교육이 끝나고 방을 나갈 때 즈음 '아 회사가 왜 그때 그런 결정을 했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라고 다들 말한다"고 설명했다.

썬마이크로는 오라클에 인수된 지난 4월까지 약 1년간 매달 100명씩 이 같은 시뮬레이션 게임을 경험하도록 했다. 윌리어드 부사장은 "프로그램을 짤 때부터 회사의 경영목표 등을 고려해 우승 기준을 만들었다"며 "그들을 가상공간에서 최고경영자(CEO)로 만드는 것은 매우 현대적이고 혁신적인 교육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유명 대학 내 비즈니스 프로그램보다 효과는 더 좋은 반면 비용은 절반도 들지 않는단다.

댄 패리시 BTS 총괄 부사장도 "직원들이 회사의 경영 전반을 이해하고 시장에서 더 잘 싸우도록 독려하는 이 프로그램은 일반 다른 비즈니스 스쿨의 경영자과정과는 달리 고객사의 상황에 따라 맞춤형으로 제작된다"며 "P&G 타임워너 코카콜라 등 미국 내 다른 대기업으로도 점차 퍼져가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샌프란시스코(미국)=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