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tter Life] 5년 공들인 재테크 안 망치려면…'저수지통장' 만들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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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무 안전판
30대 직장인 김모씨는 매달 적금과 적립식 펀드 등에 넣는 돈을 제외하고 20만원씩을 증권사 종합자산관리계좌(CMA)로 이체한다. 특별한 목적은 없고 단지 비상금 용도로 마련해 두는 돈이다. 얼마 전 김씨는 이 비상금을 요긴하게 활용했다. 아버지가 계단에서 넘어져 다치는 바람에 병원비를 보태야 하는 상황이 됐지만 비상금을 마련해 둔 덕분에 아무런 어려움 없이 병원비를 낼 수 있었다.
재무설계 전문가들은 주택마련자금,결혼자금 등을 준비하는 것 이상으로 비상금 용도의 예비자금을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실직이나 퇴직 등으로 인해 고정 수입이 중단되거나 부모님 병원비,자동차 수리비 등 뜻하지 않은 지출이 발생했을 때 당초 계획했던 저축과 투자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예비자금이 필수라는 것이다.
◆급하게 돈쓸 일 생겨도 안심
예비자금은 저수지에 비유할 수 있다. 저수지가 있으면 비가 오지 않아도 물을 대서 농사를 지을 수 있듯이 예비자금이 있으면 예상치 못한 일이 닥쳐도 재테크에 차질이 생기지 않는다는 의미다.
위 사례에서 김씨가 예비자금을 갖고 있지 않았다면 그가 당했을 피해는 한두 가지가 아니었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김씨가 병원비를 마련하기 위해 정기적금이나 정기예금을 중도에 해지했다면 원래 약정된 이자의 절반도 받지 못했을 것이다. 장기주택마련저축 등 비과세 예금을 중도해지하는 경우 비과세 혜택도 못 받는다. 소득공제를 받았던 금융상품을 중도해지하면 그간 환급받았던 세금마저 내놓아야 한다. 펀드에 투자하고 있다면 손실을 감수하고 환매를 해야 할 수도 있다.
정기적금 등을 중도해지하는 것보다 더 심각한 경우는 급전 마련을 위해 대출,특히 이자율이 높은 카드론이나 현금서비스를 받았을 때다. 김창수 하나은행 아시아선수촌골드클럽 PB팀장은 "불과 수십만원의 급전이 필요해 카드론이나 현금서비스를 받았다가 고율의 이자를 갚지 못해 채무불이행자가 되는 사례도 많다"며 "평소 예비자금을 마련해 두고 있으면 이 같은 위험을 방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3~6개월치 소득이 적당
예비자금으로 얼마를 갖고 있어야 하는지에 대해 정해진 기준은 없다. 다만 예비자금이 너무 적으면 비상금으로서 제 기능을 할 수 없으므로 몇달치 생활비는 돼야 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의견이다. 예비자금을 지나치게 많이 쌓아두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예비자금이 너무 많으면 그만큼 다른 곳에 투자해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기회가 줄기 때문이다.
장우승 희망재무설계 컨설팅팀장은 "직장인은 3개월치 소득,자영업자는 6개월치 소득이 예비자금으로 적당하다"며 "당장 소득이 끊겨도 현재의 생활 수준을 유지하면서 저축 및 투자도 정상적으로 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자영업자는 봉급생활자에 비해 소득의 편차가 크다는 점을 감안해 예비자금을 보다 많이 갖고 있을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3~6개월치 소득이 너무 큰 금액이라고 여겨지면 소비성 지출과 각종 공과금,대출이자 등을 합친 금액을 기준으로 3개월치를 계산해 1차 목표로 잡는 것이 좋다. 그 다음에는 보장성 보험료를 충당할 수 있을 만큼의 예비자금을 마련하고 여력이 된다면 저축 및 투자도 현재 수준으로 할 수 있을 만큼의 돈을 예비자금으로 쌓으면 된다. 장 팀장은 "몇달치를 갖고 있느냐보다 중요한 것은 비상 시에 대비한 자금을 조금이라도 확보하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생활비 통장과 분리해 운용
예비자금을 마련하는 손쉬운 방법은 현재 갖고 있는 자산 중 여유자금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을 따로 떼어내 비상금 통장을 만드는 것이다. 봉급생활자라면 정기적으로 나오는 상여금과 연초에 받는 연말정산 환급금 등을 예비자금으로 분리해 놓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 같은 방법이 여의치 않다면 매달 일정액을 적립해 예비자금을 만드는 노력이 필요하다.
예비자금은 비상금의 성격이 있으므로 언제든지 돈을 꺼내 쓸 수 있는 상품을 활용하는 것이 좋다. 전문가들은 수시 입출이 가능하면서도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은 CMA를 예비자금 통장으로 활용할 것을 권한다. 최근에는 은행 보통예금 중에서도 연 3~4%대의 이자를 주는 상품이 있어 예비자금 통장으로 이용할 만하다. 예비자금을 형성하는 단계에서는 적금을 활용할 수도 있지만 적금을 붓는 도중에 비상금으로 써야 할 일이 생기면 낮은 이율로 중도해지해야 한다는 문제가 있다.
예비자금은 평소 생활비를 꺼내 쓰는 통장과는 엄격히 분리해 운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생활비 통장과 분리돼 있지 않으면 예비자금의 규모를 정확히 알 수도 없고 지출 통제가 안 돼 별로 급하지도 않은 일에 예비자금을 써 버릴 수도 있다. 만약 예비자금이 충분한 규모로 형성됐다면 이 중 일부를 비과세 혜택이 있는 상호금융기관 예탁금에 1년 단위로 넣어두는 것도 생각해 볼 만하다. 단 주식이나 펀드같은 투자형 상품은 예비자금을 운용하기에 적절치 않다. 뜻하지 않은 시점에 손해를 감수하고 팔아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
재무설계 전문가들은 주택마련자금,결혼자금 등을 준비하는 것 이상으로 비상금 용도의 예비자금을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실직이나 퇴직 등으로 인해 고정 수입이 중단되거나 부모님 병원비,자동차 수리비 등 뜻하지 않은 지출이 발생했을 때 당초 계획했던 저축과 투자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예비자금이 필수라는 것이다.
◆급하게 돈쓸 일 생겨도 안심
예비자금은 저수지에 비유할 수 있다. 저수지가 있으면 비가 오지 않아도 물을 대서 농사를 지을 수 있듯이 예비자금이 있으면 예상치 못한 일이 닥쳐도 재테크에 차질이 생기지 않는다는 의미다.
위 사례에서 김씨가 예비자금을 갖고 있지 않았다면 그가 당했을 피해는 한두 가지가 아니었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김씨가 병원비를 마련하기 위해 정기적금이나 정기예금을 중도에 해지했다면 원래 약정된 이자의 절반도 받지 못했을 것이다. 장기주택마련저축 등 비과세 예금을 중도해지하는 경우 비과세 혜택도 못 받는다. 소득공제를 받았던 금융상품을 중도해지하면 그간 환급받았던 세금마저 내놓아야 한다. 펀드에 투자하고 있다면 손실을 감수하고 환매를 해야 할 수도 있다.
정기적금 등을 중도해지하는 것보다 더 심각한 경우는 급전 마련을 위해 대출,특히 이자율이 높은 카드론이나 현금서비스를 받았을 때다. 김창수 하나은행 아시아선수촌골드클럽 PB팀장은 "불과 수십만원의 급전이 필요해 카드론이나 현금서비스를 받았다가 고율의 이자를 갚지 못해 채무불이행자가 되는 사례도 많다"며 "평소 예비자금을 마련해 두고 있으면 이 같은 위험을 방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3~6개월치 소득이 적당
예비자금으로 얼마를 갖고 있어야 하는지에 대해 정해진 기준은 없다. 다만 예비자금이 너무 적으면 비상금으로서 제 기능을 할 수 없으므로 몇달치 생활비는 돼야 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의견이다. 예비자금을 지나치게 많이 쌓아두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예비자금이 너무 많으면 그만큼 다른 곳에 투자해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기회가 줄기 때문이다.
장우승 희망재무설계 컨설팅팀장은 "직장인은 3개월치 소득,자영업자는 6개월치 소득이 예비자금으로 적당하다"며 "당장 소득이 끊겨도 현재의 생활 수준을 유지하면서 저축 및 투자도 정상적으로 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자영업자는 봉급생활자에 비해 소득의 편차가 크다는 점을 감안해 예비자금을 보다 많이 갖고 있을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3~6개월치 소득이 너무 큰 금액이라고 여겨지면 소비성 지출과 각종 공과금,대출이자 등을 합친 금액을 기준으로 3개월치를 계산해 1차 목표로 잡는 것이 좋다. 그 다음에는 보장성 보험료를 충당할 수 있을 만큼의 예비자금을 마련하고 여력이 된다면 저축 및 투자도 현재 수준으로 할 수 있을 만큼의 돈을 예비자금으로 쌓으면 된다. 장 팀장은 "몇달치를 갖고 있느냐보다 중요한 것은 비상 시에 대비한 자금을 조금이라도 확보하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생활비 통장과 분리해 운용
예비자금을 마련하는 손쉬운 방법은 현재 갖고 있는 자산 중 여유자금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을 따로 떼어내 비상금 통장을 만드는 것이다. 봉급생활자라면 정기적으로 나오는 상여금과 연초에 받는 연말정산 환급금 등을 예비자금으로 분리해 놓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 같은 방법이 여의치 않다면 매달 일정액을 적립해 예비자금을 만드는 노력이 필요하다.
예비자금은 비상금의 성격이 있으므로 언제든지 돈을 꺼내 쓸 수 있는 상품을 활용하는 것이 좋다. 전문가들은 수시 입출이 가능하면서도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은 CMA를 예비자금 통장으로 활용할 것을 권한다. 최근에는 은행 보통예금 중에서도 연 3~4%대의 이자를 주는 상품이 있어 예비자금 통장으로 이용할 만하다. 예비자금을 형성하는 단계에서는 적금을 활용할 수도 있지만 적금을 붓는 도중에 비상금으로 써야 할 일이 생기면 낮은 이율로 중도해지해야 한다는 문제가 있다.
예비자금은 평소 생활비를 꺼내 쓰는 통장과는 엄격히 분리해 운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생활비 통장과 분리돼 있지 않으면 예비자금의 규모를 정확히 알 수도 없고 지출 통제가 안 돼 별로 급하지도 않은 일에 예비자금을 써 버릴 수도 있다. 만약 예비자금이 충분한 규모로 형성됐다면 이 중 일부를 비과세 혜택이 있는 상호금융기관 예탁금에 1년 단위로 넣어두는 것도 생각해 볼 만하다. 단 주식이나 펀드같은 투자형 상품은 예비자금을 운용하기에 적절치 않다. 뜻하지 않은 시점에 손해를 감수하고 팔아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