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일후 문화방송(MBC) 아나운서는 최근 기부보험에 가입해 매달 2만원가량을 보험료로 낸다. 사망할 경우 받는 사망보험금은 1700만원.이 돈은 그의 가족이 아닌 유엔아동기금(UNICEF)에 기부돼 전 세계 불우 어린이를 위해 쓰도록 약정했다. 보험료를 내기 시작한 지 얼마 안되지만 허씨는 기부보험의 매력에 매료됐다. 적은 금액을 적립해 큰 도움을 줄 수 있어서다. 허씨는 주변에 기부보험을 추천,최율미 아나운서 등 4명이 기부보험에 잇따라 가입했다.

'세상을 등질 때 이뤄지는 아름다운 기부.' 한국경제신문이 40개 기업과 함께 시작하는 '1사 1나눔' 캠페인의 첫 시작은 UNICEF · 메트라이프생명과 함께하는 기부보험이다. 기부보험은 평소 조금씩 보험료를 내다 세상을 떠나면 사망보험금이 미리 정해놓은 공익단체나 학교,종교단체 등에 기부되는 점이 특징이다. 생의 마지막에서 아름다운 이웃사랑을 실천할 수 있는 선물인 셈이다.

◆적은 돈으로 큰 기쁨을

기부보험은 미국 유럽 등에선 1960~1970년대부터 보편화된 기부 방식의 하나다. 보험의 일반적 취지는 가입자가 죽은 뒤 가족이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대비하는 것이다. 기부보험은 수혜자를 가족에서 사회로 확대시켰다. 대개 월 1만~3만원의 보험료로 1000만~2000만원가량을 기부할 수 있다. 평소 담뱃값,커피값을 아껴 큰 사랑을 실천할 수 있는 수단이다.

기부보험이 국내에 첫선을 보인 것은 2001년.그 뒤 메트라이프생명을 비롯해 삼성생명 대한생명 교보생명 ING생명 푸르덴셜생명 등 6~7개 보험사가 기부보험을 판매하고 있다. 도입된 지 10년째가 됐지만 지난 3월 말까지 기부보험 가입자는 1만여명에도 못 미치고 약정한 기부보험금은 1100억원 수준이다. 기부보험이 널리 알려지지 않은 탓이다.

한국경제신문이 '1사 1나눔' 캠페인의 첫 번째 대상으로 기부보험을 선택한 것은 취지가 널리 알려지기만 하면 보다 많은 사람이 동참할 것이란 판단에서다. 기부는 거창한 것이 아니라,소박한 것에서 이뤄질 수 있다는 사실을 체감토록 함으로써 나눔문화를 널리 퍼뜨리자는 취지도 담고 있다. 이필혁 메트라이프생명 상무는 "기부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우리나라에 선진기부 문화를 확산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유니세프 한국위원회의 박동은 사무총장은 "기부보험은 새로운 형태의 기부로 장기적으로 꾸준하게 유니세프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기부보험이 널리 알려져 가입이 늘면 전 세계의 어려운 어린이들에게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니세프는 1946년 설립된 국제기구로 전쟁 기아 질병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세계 각지의 어린이들에게 영양 · 식수 공급,기초교육,긴급 구호 등의 지원사업을 펼치고 있다.

◆매달 3만원씩 10년간 내면 1000만원 이상 기부효과

메트라이프의 보험설계사나 콜센터(1588-9600)에 가입 의사를 밝히면 된다. 메트라이프는 기부보험 캠페인에 동참하는 고객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기부보험(무배당 하이라이프 종신보험)의 최저 가입금액을 3000만원에서 500만원으로 내렸다. 메트라이프는 기부보험 판매에 따른 수익금을 유니세프에 따로 기부할 계획이다.

기부보험은 최저 가입금액 500만원부터 최고 20억원까지 가입할 수 있다. 500만원을 기부하려면 매달 1만4000원 정도의 보험료를 10년간 납입하면 된다. 30세 남성이 매달 1만4000원을 10년간 기부할 경우 기부총액은 168만원이다. 하지만 기부보험을 통해 나눔활동에 동참할 경우 500만원을 기부하게 된다. 보험의 성격상 똑같은 돈을 내고도 나눔의 효과가 훨씬 크다고 할 수 있다. 30세 남성이 매달 2만9000원을 10년간 납입하면 총 1000만원을 후원할 수 있게 된다. 메트라이프 관계자는 "20년 동안 복지시설에 매달 1만원씩 보내도 합계가 240만원으로 그리 큰 금액은 되지 않지만,같은 돈으로 종신보험에 가입하면 사망 때 500여만원을 기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부보험에 가입하면 혜택도 적지 않다. 우선 보험료 소득공제 때 사회기부단체 등과 제휴해 계약자를 해당 기부단체로 하고,기부금으로 보험료를 내면 납입 보험료 전액을 소득공제받을 수 있다. 계약자가 본인일 경우 소득공제 한도가 연 100만원 한도임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혜택이다.

기존 종신보험 가입자도 비교적 손쉽게 기부에 동참할 수 있다. 보험사를 찾아 이미 설정해 놓은 보험금의 일부를 기부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면 된다. 예를 들어 보험금의 50%는 가족에게,나머지 50%는 사회단체에 지급하도록 수익자를 바꾸면 된다. 이번 한경 · 메트라이프의 기부보험은 보험금을 유니세프에 기부하도록 일단 설계됐다. 앞으로는 계약자가 원하는 단체를 지정할 수 있도록 그 방법을 더욱 다양화할 예정이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