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매니저는 증권시장의 꽃이다. '자본주의의 꽃'으로 불리는 증권시장에서 펀드매니저는 항상 시장의 중심에 서 있다. 증권 영업맨이든 애널리스트든, 직접투자자든 펀드에 돈을 넣어 놓은 간접투자자든 모두 펀드매니저의 '결정'과 그 펀드의 수익률에 주목한다. 그렇다면 그들은 과연 어떤 과정을 거쳐 투자결정을 내릴까? 포트폴리오를 어떻게 구성하고 재편할까? 수익률은 얼마나 될까? 그같은 성과를 내기 위해 하루하루를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한국경제신문의 온라인미디어 <한경닷컴>은 창립 10주년(11월1일)을 맞아 이같은 궁금증을 흥미진진하게 풀어주는 심층기획 시리즈 '펀드매니저의 투자비밀'을 연재한다. [편집자 주]


[펀드매니저의 투자비밀①]미래에셋 전략회의 최초공개-이머징시장에 33조원 투자하는 '미다스의 손'
"2010년에도 중국시장은 여전히 긍정적이지 않을까요?" (구재상 미래에셋자산운용 사장)

"중국도 좋지만 러시아도 최악의 국면을 지나 회복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유망합니다." (호세 모랄레스 영국법인 CIO)

"지금 시점에서 러시아에 투자해야 할 이유는 뭡니까?" (윌프레드 시트 홍콩법인 CIO)

"러시아의 주요 거시지표가 7월부터 안정화됐고, 기업의 부채비율이 낮아졌습니다…." (호세 모랄레스 CIO)

지난 달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동 미래에셋빌딩 7층 화상회의실. 50㎡ 남짓한 이곳에 누군가 작지만 다부진 모습으로 앉아 외국인들과 대화하고 있었다. 화면을 통해 연결된 사람들은 영국 미국 홍콩 인도 브라질 등 각국에 있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의 현지법인 최고투자책임자(CIO)다. 그들의 대화를 들으면 마치 워룸(war room)에 있는 듯하다. 모두들 긴박한 상황인 듯 매서운 눈빛에 진지한 태도를 보였다.

회의를 주재한 사람은 구재상 미래에셋자산운용 사장(45ㆍ사진)이다. 그는 매월 두 세차례 세계 각국에 있는 CIO들과 화상회의를 한다. 회의 명칭은 '글로벌 투자전략위원회'다. 위원장인 구 사장이 스크린에 떠 있는 각국 CIO들과 포트폴리오를 어떻게 짤 지 논의한다. 파란 눈, 까무잡잡한 피부, 이국적인 얼굴들이 화면에 뜨다보니 국제 컨퍼런스 또는 화상 올림픽 같은 분위기다.

이번 회의에선 중국과 러시아 지역에 대한 투자가 이슈로 떠올랐다. 각 국의 CIO와 펀드매니저들은 해당국가의 경제지표와 전망에 대해 브리핑했다. 서로 의견을 조율하는 과정도 이어졌다. 회의를 시작한 지 40분쯤 지났을까? 그들은 글로벌 경기회복 주기를 봤을 때 현재 시점에서 한국과 러시아 등으로 자산을 배분하자는 데 합의하고 회의를 마쳤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구 사장은 현역 최고경영자(CEO)와 글로벌 운용을 총괄하는 CIO를 겸하고 있다. 한국을 포함 영국 미국 홍콩 인도 브라질 등 6개국 CIO들을 지휘하는 'CIO중의 CIO'다. 국내 투자전략은 손동식 부사장 등과 투자전략회의를 통해 결정한다. 하지만 글로벌 투자전략은 미래에셋자산운용의 각국 현지법인 CIO들과 화상회의를 통해 결정한다.
[펀드매니저의 투자비밀①]미래에셋 전략회의 최초공개-이머징시장에 33조원 투자하는 '미다스의 손'
◆미래에셋, 이머징 주식시장을 움직이는 '미다스의 손'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이머징 주식시장에 투자하는 세계에서 가장 큰 운용회사다. 영국의 금융전문 월간지 <IPE(Investment & Pension Europe)>에 따르면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이머징마켓 주식형 투자규모에서 영국의 바클레이즈 글로벌 인베스터스와 1~2위를 다퉜다. 미래에셋은 2009년 3월31일 현재 순자산 기준 1만8716 유로(한화 약 33조원)를 이머징시장의 주식으로 운용하고 있다. 이머징 주식시장에 투자하는 전세계 펀드 규모 중에서 약 8%를 차지하는 수준이다.

지난해엔 바클레이즈 글로벌 인베스터스와 HSBC 글로벌자산운용 등을 제치고 이머징 주식시장 투자규모 1위에 올랐다. 올해에는 금융위기 여파로 순자산이 줄면서 1등에서 한 계단 내려앉았지만 미래에셋이 이머징 시장을 움직이는 큰 손임은 세계 누구도 부정하지 않는다. 명실 공히 국내는 물론 세계적인 자산운용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운용규모 뿐 아니라 운용성과도 세계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5월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아시아인베스터>지로부터 ‘이머징마켓 주식형 베스트운용사’와 ‘한국 주식형 베스트운용사’ 2개 부문에서 최우수 운용사로 선정됐다. 이머징시장에서의 주식운용이 세계 최고 수준임을 입증한 셈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굴리고 있는 펀드수는 총 235개(2009년 10월14일 기준)다. 운용하고 있는 자금규모만도 총 56조9063억원(설정원본 기준)으로 이는 국내 전체 펀드시장의 16.2%를 차지한다. 증권형 펀드(주식형, 혼합주식형, 혼합채권형, 채권형) 규모만 따지면 55조3889억원으로 전체 증권형펀드에서 26.4%에 달하고 있다.

'1가구 1펀드 시대'라고 하지만 한번 더 들여다보면 '1가구 1미래에셋펀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체 펀드계좌수가 2141만개(금융투자협회 8월말 기준)에 달하고, 이 가운데 미래에셋의 펀드계좌수는 30%가 넘는 660만개를 헤아린다. 재테크에 조금이라도 관심있는 성인이라면 미래에셋의 펀드 하나쯤은 들고 있기 마련이다.

적립식펀드 확산을 주도한 '미래에셋 우리아이 3억만들기 펀드', 중국투자 열풍의 주인공 '미차솔'(미래에셋 차이나솔로몬 펀드의 약자), 최단 기간 4조원의 돈을 빨아들인 '인사이트 펀드'…. 뿐만 아니다. '미래에셋 디스커버리 펀드', '인디펜던스 펀드', '브릭스펀드', '드림타겟 펀드' 등 수많은 히트펀드에 계좌를 안텄다면 재테크에 귀를 닫은 투자자들일 것이다.

이런 만큼 미래에셋은 유명세를 톡톡히 치뤄야만 했다. 고수익만을 안겨주는 것으로 명성이 자자해 증권사에서 줄서서 가입했던 금융상품이 미래에셋 펀드였다. 그러나 지난해 9월말 미국 리먼브러더스 파산 등 금융위기의 여파로 증시가 폭락하고 펀드 수익률도 급격히 악화되면서 '반토막 펀드', '쪽박펀드' 등의 오명을 써야 했다.

최근들어 대부분의 펀드들이 원금회복에 초과수익까지 올렸지만 투자자들에게 미래에셋은 '애증'이 담겨 있는 이름이 됐다. 구 사장은 수익률을 올려야 한다는 스트레스로 한 때 신경성 질환으로 입원한 적도 있다. 단기적인 수익률 하락과 고객에 대한 책임감 때문에 중압감을 견디지 못한 셈이다.

구 사장은 미래에셋의 운용시스템을 만들고 체계화시킨 주인공이다. 구 사장은 2000년 미래에셋투신운용 시절부터 대표이사를 지냈다. 대학을 졸업하고 첫 직장이었던 동원증권 시절(1988~1997년)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당시 동원증권 압구정지점장)을 만나면서 미래에셋호의 창립멤버가 됐다.

이후 10년여간 고집스러운 절제와 꼼꼼함으로 운용과 경영을 총괄하고 있다. 영국 미국 홍콩 인도 등지에 내로라는 CIO들을 영입했다. 독단적인 결정이 아니라 시스템에 따라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구조를 만들어 냈다. 그 결과 이머징시장을 대상으로 한 세계 최대의 글로벌 주식운용시스템을 갖추게 됐다.

◆미래에셋 펀드매니저…절제와 금욕(禁慾)의 절정

구 사장은 대표이사로서, 글로벌 운용 책임자로서 눈코뜰새 없이 바쁜 하루를 보낸다. 그의 집무실은 미래에셋빌딩 8층이다. 사장실은 전망좋은 꼭대기층에 자리잡는 게 보통이지만 미래에셋자산운용 사장실은 주식운용본부 바로 옆에 자리잡고 있다. 같은 층에서 투자전략 회의를 주재하고 펀드매니저들의 보고도 수시로 받는다.

그는 늦어도 오전 7시께 출근한다. 출근한 뒤 뉴욕증시와 주요 보고서를 점검한 뒤 매일 오전 7시50분이면 국내 펀드매니저들과 함께 투자전략회의를 진행한다. 미래에셋이 투자전략회의를 언론으로서는 처음으로 <한경닷컴>에 공개한 것은 지난 16일이었다. 그날의 회의 주제는 '원화 강세'였다. 지금과 같은 원화 강세가 내년에는 어떻게 이어질 지, 이어진다면 어디에 투자할 것인 지 등에 대해 논의했다.

이날 회의에는 김호진 투자전략위원회 상무, 이정훈 운용기획본부장, 손동식 주식운용1본부 대표, 김성우 주식운용2본부장, 박진호 주식운용3본부장, 송태우 주식운용4본부장, 강두호 주식운용5본부장, 유승창 연금운용본부장, 서재형 리서치본부장 등과 팀장들까지 포함해 총 20여명이 참석했다.

구 사장은 이날 주제만 던져놨다. 철저하게 비공개로 진행된 이날 회의는 난상토론 방식으로 진행됐다. 노타이 차림의 펀드매니저들은 편안한 복장으로 각자 의견을 자유롭게 피력했다. 낙관론과 비관론이 치열한 공방을 벌어졌다. 회의에 참석한 한 펀드매니저는 "토론 결과 환율 예측치를 이끌어 냈지만 자산운용사이기 때문에 공식적인 입장은 밝힐 수 없다"고 전했다.
[펀드매니저의 투자비밀①]미래에셋 전략회의 최초공개-이머징시장에 33조원 투자하는 '미다스의 손'
오전 8시40분께 전략회의를 마친 구 사장은 종종 해외 현지법인장들에게 연락한다. 글로벌투자전략위원회는 매달 한두차례 진행하지만 이슈가 있을 때마다 지구촌 곳곳에 연락해 관련 사항을 확인한다. 전략회의를 마친 그는 집무실에서 국내 증시상황과 해외 증시를 면밀히 살핀다.

점심시간도 업무스케줄로 꽉 짜여져 있다. 주로 비즈니스 관계자들과 식사를 하고 바쁜 경우에는 회사에서 도시락으로 점심을 해결하는 경우도 있다. 오후라고 다르지 않다. 국내 시장과 홍콩 시장이 마감되고 나서야 구 사장은 대표이사로서 회사 내부의 업무관련 보고를 받는다.

이후에 구 사장은 회의와 세미나 혹은 국내외 증권사에서 방문하는 손님들과의 미팅일정을 소화했다. 저녁식사 시간도 업무의 연장이다. 저녁 식사후에는 낮에 바빠서 못한 업무처리에 매진한다. 빠트리고 확인하지 못한 자료도 검토하고, 시차 때문에 연락 못했던 해외법인과 통화도 이 시간대에 이루어진다. 구 사장의 기본적인 업무는 보통 밤 9시께 마무리된다.

늦게서야 귀가하는 구 사장이지만 주중에 술을 마시는 법은 없다. 미래에셋 매니저들은 평일에 술을 마시는 것이 금지되어 있기 때문이다. 시장에 대한 빠른 변화를 즉각적으로 포착하고 늘 공부해야 하는 매니저가 술을 마시고 몸이 힘들어 하면 고객의 재산을 운용하는데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구 사장은 퇴근하지만 미래에셋 펀드매니저들은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밤 11~12시까지 근무하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다. 종목분석이나 글로벌 금융시장의 시차 관계로 퇴근시간은 자연스럽게 늘어나곤 한다. 매니저들이 회식을 하거나 친구들과 술을 마실 수 있는 날은 금요일 뿐이다. 매니저들은 담배 또한 거의 피우지 않는다. 담배를 피우지 않는 구 사장이 펀드매니저들은 물론 선후배들에게 금연을 권하고 있기 때문이다.

펀드매니저들에게는 지성 못지않게 체력이 중요하다는 게 구 사장의 지론이다. 고객의 돈을 운용하는 일에는 커다란 책임이 따른다고 보기 때문이다. 책임감 있는 펀드매니저라면 '금주(禁酒)'와 '금연(禁煙)'으로 기본적인 체력을 유지해야 한다는 게 구 사장의 소신이다.

그는 펀드매니저들이 운용으로 쌓인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데에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미래에셋 펀드매니저들은 평일의 스트레스를 운동으로 해소한다. 회사 근처에 운동시설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잠시 쉴 틈을 내어 운동시설을 이용하는 직원이 많다. 운용팀과 리서치팀은 정기적으로 단체 등산을 가곤 한다. 또한 펀드매니저들의 휴가는 연말 시장이 폐장을 한 후에 주로 떠나게 된다.

구 사장도 태권도나 등산을 통해 스트레스를 풀곤 한다. 골프도 가끔 치지만 최근에는 손가락에 무리가 가는 것 같아 골프채를 놓았다. 이 또한 무리한 운동이나 음주 흡연이 고객의 돈을 굴리는 운용에 영향을 미쳐서는 안된다는 구 사장의 신념에 따른 것이다.

[펀드매니저의 투자비밀①]미래에셋 전략회의 최초공개-이머징시장에 33조원 투자하는 '미다스의 손'
이러한 절제와 금욕의 산물이 미래에셋 펀드다. 미래에셋에서 펀드를 운용하고 있는 펀드매니저 수는 금융투자협회 등록기준으로는 38명이다. 1인당 운용하는 펀드수는 평균 9개다. 그러나 실제 주식운용부문은 운용보조 인력까지 포함하면 74명의 거대 조직이다.

거대 조직은 하나의 거대 시스템으로 돌아간다. 화상회의나 투자전략 회의도 이같은 시스템 중 하나다. 보고서를 받고 판단하기 보다는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머리를 맞댄다. 이렇게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운용과 관련된 결정을 내릴 때에는 철저하게 리서치 분석을 바탕으로 한 팀 접근방식(team approach)을 고수하고 있다.

기업에 대한 리서치 분석을 바탕으로 하는 보텀업(bottom up, 상향식) 투자전략이 기본이다. 거시경제보다는 개별종목을 먼저 분석하고 투자전략을 세운다. 지속가능한 종목들을 분석하고 발굴한 뒤, 포트폴리오로 구성한다. 이러한 종목들은 미래에셋 펀드가 초과수익률을 높이는데 효자 노릇을 한다.

이런 과정을 거친 종목들은 업종 대표주나 성장주가 대부분이다. 재무적인 안정성을 바탕으로 신성장동력의 날개를 달거나 달고 있는 기업들도 미래에셋의 투자대상이다.

미래에셋은 팀 단위로 의사결정이 이루어지고 투자를 결정한다. 때문에 펀드매니저의 운용 재량권이 다른 운용사에 비해 적은 편이다. 팀 접근방식을 고수하는 이유는 개인의 의사결정이나 투자스타일에 의한 판단착오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철저한 팀제를 운영하고 있고, 의사결정권은 대표 펀드매니저와 보조 펀드매니저가 같이 지니고 있다.

이러한 공동운용은 기록적인 수익률로 이어지곤 했다. 2001년 설정됐던 국내 주식형펀드인 '미래에셋 인디펜던스 펀드’와 '미래에셋 디스커버리 펀드'는 2007년 4월12일 국내 운용사로서는 처음으로 누적수익률이 500%를 기록했다. 최근에도 이 펀드들은 600%를 웃도는 누적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미래에 베팅하는 미래에셋…높은 수익률로 '입증'

국내 시장에는 일명 '미래에셋 종목'이라 불리우는 상장사들이 있다. 이 종목들은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수 많은 펀드들을 통해 5% 이상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공통점은 대부분 업종을 대표하는 우량 종목이라는 것이다.

대표적인 종목들로는 LG화학, OCI, 효성, SK케미칼 등 화학업종을 비롯해 동아제약, 유한양행 등 제약업종이 있다. 최근에 주목받은 엔씨소프트, 서울반도체 등과 삼성이미징, LS 등도 이른바 '미래에셋 종목'들로 불리운다.

미래에셋은 막강한 자금력과 수많은 펀드들로 이들 우량주를 보유하고 있다. 그렇다보니 이들 종목의 움직임에는 개인, 기관, 외국인 등 투자자들의 촉각이 곤두설 수 밖에 없다.

예를 들어 미래에셋 종목들이 급등하기 시작하면, 시장에서는 '미래에셋이 주가 올리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눈총을 보낸다. 반대로 주가가 떨어지면 '실패한 투자'라고 험담을 늘어놓기도 한다. 종목의 움직임에 따라 운용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는 셈이다.

이에 대해 미래에셋은 '장기투자를 한다는 전략아래 투자를 했을 뿐'이라고 설명한다. 최근 시장의 주목을 받았던 엔씨소프트와 LG화학을 살펴보면 답이 나온다. 이들 기업들에 대한 투자는 '미래산업'에 대한 투자였기 때문이다.

엔씨소프트는 게임 '아이온' 수출효과에 주가가 연초부터 급등세를 보였다. 지난 6월 엔씨소프트는 20만원을 돌파하면서 시장의 관심을 받았다. 미래에셋은 그보다 앞선 지난해 5월 엔씨소프트를 매수해왔다. 5월 평균가격인 7만4800원일 때부터 줄곧 매수를 유지해왔다. 지난해말 금융위기가 휩쓸고 갔을 때에도 매수세를 멈추지 않았고 그 결과 '20만원의 과실'을 맛봤다.

엔씨소프트는 지난해 상반기만도 '아이온' 성공여부를 두고 불확실성이 대두됐다. 그렇지만 미래에셋은 '게임산업'에 대한 확신과 앞으로 늘어날 중국 수요를 감안해 투자를 결정했다.

최근 20만원을 돌파한 LG화학은 미래에셋이 2006년 9월부터 보유해온 종목이다. 매집을 시작했던 당시 LG화학 평균 주가는 7만8100원이었다. 2006년 당시 미래에셋은 IT 재료산업, 전지사업 등에 대한 투자를 모색했다고 한다. 이에 걸맞는 종목을 찾던 중 LG화학의 기술력과 미래에 대한 투자방향을 보고 투자를 결정했다.

전통적인 산업이라도 안정적인 사업기반 위에 신성장동력을 갖춘 종목들도 미래에셋의 투자대상이다. 화섬회사로 출발한 효성과 정밀화학 업체인 OCI가 대표적이다.

최근 효성은 하이닉스반도체 인수문제로, OCI는 검찰수사 문제로 주가가 약세를 보이고 있다. 미래에셋은 이들 종목에 대한 보유주식을 일부 매도했다. 시장에서는 손절매라고 수근대기도 했지만 미래에셋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이 같은 불확실성으로 떨어진 주가수준 보다도 훨씬 낮은 가격에 매입했기 때문이다.

미래에셋이 효성을 매수하기 시작한 시점은 2000년 4월이다. 당시 효성의 주가는 1만3000~1만4000원대였다. 10년 가까이 미래에셋의 관심 종목으로 사랑받던 효성은 안정적인 실적에 중공업, 풍력 사업 등 신사업이 주목 받았고, 지난 5월 주가는 11만4000원까지 치솟았다. 단순한 계산으로도 10배가 불어난 것이다. 비록 최근 하이닉스 인수에 따른 자금우려로 6만원대까지 떨어졌지만 미래에셋에게는 손해보는 장사가 아니었다.

OCI라는 종목을 보자. 동양제철화학이라는 이름이었던 OCI는 지난해 4월 40만원을 돌파하면서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미래에셋은 2006년 9월부터 OCI를 담기 시작했다. 당시 주가는 4만5000원대였다. 이 역시도 10배 가량의 주가가 뛰어올랐다.

미래에셋이 OCI를 매수하기 시작한 일화는 유명하다. 구 사장은 2006년 당시 일본에서 열린 한 컨퍼런스에 참석했다가 일본 샤프사를 눈여겨 보게 됐다. 샤프사는 태양광발전 모듈사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고 있었고 그 점이 구 사장의 마음을 흔들었다. 귀국한 구 사장은 국내에서도 유사한 사례를 찾기 시작했고 동양제철화학을 발견했다.
[펀드매니저의 투자비밀①]미래에셋 전략회의 최초공개-이머징시장에 33조원 투자하는 '미다스의 손'
◆"최초의 운용사에서 최대의 운용사가 되다"

미래에셋에는 '최초'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1997년 7월 국내 최초의 자산운용사로 설립됐다. 국내 최초의 뮤추얼 펀드(박현주 1호)를 도입해 투명한 간접투자상품 운용시대를 열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2001년 국내 최초의 개방형 뮤추얼 펀드인 ‘인디펜던스 펀드’와 환매수수료가 없는 선취형 뮤추얼 펀드인 ‘디스커버리 펀드’를 도입했다.

‘적립식펀드’가 지금과 같이 보편화된 것은 미래에셋의 큰 기여 덕분이라는 게 업계 안팎의 평가다. 미래에셋은 예금과 주식이 투자의 전부라 여겨졌던 2004년부터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재산 증식을 위한 ‘3억만들기 적립식펀드’를 운용했고 대대적인 캠페인을 벌였다.

무엇이든 남들보다 빨리 시작하다보니 미래에셋은 기관자금도 폭넓게 운용하고 있다. 국민연금, 노동부, 정보통신부 등 주요 정부 기관의 지정운용사로 선정됐다. 일반투자자 뿐 아니라 정부 기관도 미래에셋을 믿고 돈을 맡기게 된 것이다.

해외진출도 발빨랐다. 2003년 12월 미래에셋홍콩자산운용을 설립하면서 해외진출에 발판을 마련했다. 2005년 2월 국내 최초 해외투자 펀드인 ‘미래에셋 아시아퍼시픽스타펀드’를 출시했다. 이어서 인도, 중국 지역에 투자하는 친디아 펀드를 출시했고, 최근에는 해외부동산펀드와 해외섹터펀드(컨슈머, 인프라 펀드)등 한발 앞선 상품 출시했다.

인도, 영국, 브라질, 미국 등에 법인을 세워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국내 투자자들을 위한 해외펀드는 물론, 현지에 펀드를 설정해 해외인들에게 직접 펀드를 판매하고 있다. 인도와 브라질 등에서 설정한 펀드는 수익률이 현지 운용사들의 경쟁펀드 보다도 좋은 성과를 보이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브라질 펀드다. 브라질에 투자하는 '미래에셋 브라질 업종대표펀드'의 연초이후 수익률이 최근 130%를 넘었다.(2009년 10월14일 기준)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브라질 업종 대표주에 투자하는 이 펀드는 1년 누적수익률도 150%을 기록하고 있다.

벤치마크지수인 브라질 보베스파 지수의 연초이후 상승률인 76.30%보다 약 54.78%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국내 자산운용 업계의 브라질주식형펀드의 평균 수익률인 105.48%보다도 약 25%포인트를 웃도는 것으로 집계됐다.

구 사장은 이에 대해 "미래에셋의 시도들은 최고를 위해 달리고 있다"며 "지난 10여 년간 투자자들에게 국내뿐만 아니라, 인도 및 중국 등 성장하는 아시아 시장에 투자할 수 있는 다양한 기회와 상품을 제공하는데 노력했다"고 말했다.

앞으로의 각오도 남다르다. 미래에셋의 이머징 금융상품들을 세계시장에 수출해 금융 한류(韓流)를 일으키겠다는 각오다. 미래에셋이 한국을 포함한 이머징 시장에 투자하는 펀드를 국내는 물론 해외에도 팔고, 해외에 있는 펀드를 모아 한국시장에도 투자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겠다는 이야기다.

그는 "앞으로도 한국인의 뛰어난 유전자(DNA)를 바탕으로 유럽 미국 등 선진시장에 진출해 미래에셋의 이머징 아시아 상품을 선보이겠다"며 "이러한 금융자본 투자를 통한 부의 효과(Wealth effect)가 국가 경제의 안정과 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강조했다.

시간을 잊고 일하는 구 사장과 미래에셋 펀드매니저들. 그들에게 미래에셋 본사빌딩 정문에 있는 '바늘없는 시계'는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 바늘없는 시계는 '시간을 잊은 투자' 즉 장기 적립식 투자를 모토로 하는 미래에셋의 정신이 반영된 것이다. 구 사장은 매일 출근길마다 이 바늘없는 시계를 보며 고객의 자산을 최우선으로 하겠다는 의지를 다진다.

글=한경닷컴 김하나 기자 hana@
사진=한경닷컴 양지웅 기자 yangdo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