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빌딩만한 기둥 박고 50m상판 연결…'긴 다리' 보다 튼튼한 다리에 자부심
年 4731억 물류비 절감효과…송도ㆍ청라 등 외자유치 촉진 기대
영종도와 송도국제도시를 잇는 인천대교가 19일 전면 개통됐다. 인천대교는 여러 가지 면에서 화제다. 국내 최장 다리(21.38㎞)며 세계 5위인 사장교다. 인공위성 사진에서도 웅장한 모습을 그대로 드러냈다. 각종 첨단 공법과 기술,첨단 정보기술(IT)이 동원된 교통 · 교량관리로 '디지털 바다고속도로'로도 불린다. 인천국제공항과 인천이 직접 연결된 데 따른 막대한 경제적 효과도 거론된다. 그러나 영종도 섬소년이 자라나서 인천대교를 완성했다는 사실은 그리 알려지지 않았다. 김수홍 인천대교㈜ 대표의 얘기다. 인천대교 사업 제안에서 외자 유치,완성까지 10년간 산파역을 맡아온 그를 인천대교가 한눈에 보이는 영종도 톨게이트 관리사무실에서 만났다.
▶인천대교 성공적으로 끝나 감회도 남다르시겠습니다.
"1998년부터 10년여 기간 땀과 노력을 기울여온 대역사(大役事)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돼 매우 기쁩니다. 더 큰 기쁨은 고향에 다리를 놓았다는 겁니다. 영종도는 제 고향이어서 강한 애착을 갖고 있습니다. 영종도 선착장 일대에 유일한 기와집이 300년 가까이 뿌리를 내려온 제 본가였지요. 당시 인천으로 나가려면 힘들게 배를 타야 했는데,조부와 부친께서 "다리가 빨리 놓여야 할텐데"라는 말을 자주 하셔서 어릴 적부터 영종도에 다리를 놓는 소망을 가졌어요. 부친께서는 1960년대 인천~영종도 연륙교를 처음 제안했는데 군사적인 이유 등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지요. 선친께서 꿈꿨던 계획을 자식이 이뤄냈다는 점이 무엇보다 자랑스럽습니다. "
▶인천대교 사업과는 어떻게 인연을 맺게 됐는지요.
"고교 시절 미국으로 부모님과 함께 이민을 갔다가 미국 생활이 힘들어 1986년 되돌아왔습니다. 귀국 후 사무용 가구와 석재사업을 하다가 1997년 외환위기 사태를 맞아 접었습니다. 어떤 사업을 할까 고민하다가 국익에 도움이 되는 외자유치 사업을 하기로 했죠.달러가 많은 캐나다로 달려갔습니다. 마침 잘 아는 교포의 소개로 캐나다 엔지니어링업체인 아그라사(1999년 영국 에이멕에 합병) 간부를 만나 영종도와 인천을 연결하는 인천대교 사업 투자를 제안했더니 아그라사가 제게 한국 매니저(한국지사장) 직함을 주면서 인천시와 협의해 보라고 하더군요. "
▶20㎞가 넘는 섬과 육지를 다리로 연결하는 대규모 공사여서 어려움도 많았을텐데요.
"아그라사로부터 투자 의향을 전달받고 1998년 인천시청을 찾아가 당시 박연수 기획실장(현 소방방재청장)과 홍준호 투자진흥관(현 인천시 건설교통국장)에게 전했습니다. 인천국제공항이 있는 영종도와 인천을 연결하면 인천의 외자유치나 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는 데 의견 일치를 봤죠.인천시와 협의를 거쳐 1999년 한국과 캐나다에 정식 사업제안서를 제출했는데,돌아가신 김대중 전 대통령이 인천시의 건의를 받아들여 캐나다 방문 때 인천대교 사업을 한국 · 캐나다 경협사업으로 격상시켜 본격적으로 시작되게 됐습니다. 사업을 추진하면서 인천대교가 입출항 선박들의 항로를 가로막는 문제,해상 군사작전의 어려움,국고 지원 등 걸림돌이 한두 가지 아니었습니다. 첨단 시뮬레이션과 타당성 조사를 수도 없이 반복하면서 웬만한 우려는 해결했는데,인천대교 사업이 인천시 독자 사업이어서 정부 관련기관과 도선사 등 이해집단이 문제를 삼아 2년가량 사업이 지연되기도 했습니다. "
▶사업 형태가 다른 민자사업들과 차이가 있다면서요.
"국내 민자사업은 시행사가 시공까지 하거나 시공사를 수의계약하는 탓에 사업 투명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구조입니다. 추진과정에서 설계변경 등으로 사업비가 늘어나기 십상이고 단기적인 시공 이익에만 치우칠 가능성이 많습니다. 이로 인해 민자시설 이용료는 비싸질 수밖에 없는 거죠.인천대교는 국내 민자사업 가운데 처음으로 기획단계부터 전략수립과 실행계획을 미리 짜서 계획대로 시공되도록 시공사의 경쟁입찰을 도입했어요. 공사비도 불변가격으로 계약했기 때문에 줄이면서 공기도 단축하는 효율적인 시공이 시도됐습니다. 국내 최초로 시공과 설계가 동시에 이뤄지는'패스트 트랙' 방식과 반복조립,설치작업 없이 연속으로 콘크리트 작업이 가능한 '자동상승거푸집시스템' 등 첨단기법들이 탄생한 배경입니다. "
▶인천대교가 세계 일곱 번째로 긴 다리,세계 사장교 5위라는 기록을 세웠는데요.
"길이로 교량의 우수성을 따지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길이를 따지는 것은 과거 우량아 선발대회가 '비만이 건강하다'는 잘못된 관념을 확산시킨 것과 마찬가지지요. 인천대교는 기술과 설계,공법이 세계 최고라는 점이 부각됐으면 합니다. '사장교의 아버지'로 불리는 캐나다 교량설계사 버클렌 테일러가 설계한 가장 아름답고 튼튼한 다리라고 자부합니다. 바다 한가운데 63빌딩 높이의 주탑을 세우고 해저 50~70m에 파일을 박아 넣는 공법,세계 최장의 50m 길이 다리 상판을 운반하는 노하우 등은 모두 최첨단입니다. 세계적으로 권위를 인정받는 영국의 건설전문지 '컨스트럭션 뉴스'가 '경이로운 세계 10대 건설 트로젝트'로 다리부문에서 인천대교만 선정한 사실이 이를 뒷받침합니다. 사우디아라비아 러시아 등은 벌써부터 인천대교 교량건설 기술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현장을 찾고 있습니다. "
▶인천대교 개통 효과를 어떻게 봅니까.
"인천대교는 한반도가 국제 물류비즈니스 중심국가가 되는 데 가교 역할을 할 것으로 봅니다. 경제특구로 개발되는 송도국제도시와 인천국제공항은 차로 1시간 이상 걸리던 것이 인천대교 개통으로 20분으로 단축됐습니다. 서울이나 경기 남부지역에서 인천공항까지 가는 시간도 40분가량 단축돼 연간 4731억원의 물류비를 줄이는 효과가 생깁니다. 무엇보다 인천경제자유구역 핵심인프라로 송도 · 청라 · 영종지구 등의 외자유치와 개발을 촉진시켜줄 겁니다. "
▶웅장함이나 국내 최장이라는 점에서 벌써부터 관심이 높은데요.
"인천대교는 인천과 한국을 대표하는 랜드마크가 될 겁니다. 샌프란시스코가 금문교 덕분에 더 매력적인 도시가 됐듯이 인천도 인천대교로 인해 한층 아름답고 멋있는 도시로 자리매김할 거라고 봅니다. 달리는 자동차,바다를 운항하는 배,하늘을 나는 비행기에서 볼 때 모두 아름답게 보이도록 미적인 설계에 심혈을 기울였고 교량에 특수 조명도 설치했습니다. "
▶바다 위 다리라는 점에서 안전성에 대한 우려도 있습니다.
"인천대교는 세계서 가장 튼튼한 다리라고 자부합니다. 다리 상판의 중심을 잡아주는 주탑의 강관 말뚝을 일반 다리보다 20~30m 깊은 수심 50~70m에 박아 안전성을 높였습니다. 초속 75m의 강한 폭풍과 강진에도 견딜 수 있도록 첨단공법을 동원했습니다. "
▶통행료가 5500원으로 비싸다는 지적도 나오는데요.
"단순히 다리 길이 기준으로 통행료를 비교하는 것은 금과 돌의 무게만 따지는 잘못된 발상입니다. 정확한 차량수요 예측으로 산출해낸 통행량,기술수준 및 첨단공법 등을 감안해 계산한 사업비 등을 함께 따져서 통행료를 책정해야 합니다. 다른 민자 다리나 도로처럼 수요예측을 주먹구구식으로 부풀려 놓고 실제 차량 통행이 저조하면 국고로 적자를 보전하는 형태가 돼서는 안 됩니다. 국고지원은 결국 국민들 부담 아닙니까. "
인천=김인완 기자 i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