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커로 금의환향.'

지난 14일(한국시간) 영국과 벨라루스의 월드컵 지역예선 경기에서 영국의 데이비드 베컴(사진)에게 현지 언론이 보낸 찬사다. 그는 후반 교체멤버로 출전해 팀의 3-0 승리를 이끌었다. 이날 활약으로 베컴은 FA(영국축구협회)의 '맨 오브 더 매치'에 선정됐다. 그는 이제 주전 출전은 힘들지만 팀의 '슈퍼 서브'(super sub)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영국 프리미어리그의 볼턴에서 뛰고 있는 이청용도 최근 교체 출전해 골을 기록하는 등 공격포인트를 계속 추가해 슈퍼 서브라 불리고 있다.

슈퍼 서브는 교체투입돼 경기 결과를 뒤집는 선수를 뜻한다. '흐름의 스포츠'인 축구에서는 슈퍼 서브같은 믿을 만한 조커만 있다면 언제든지 전세를 역전할 수 있다. 보통 주전멤버로 뛰기에는 체력이 약하지만 골 결정력이 높은 선수들이 슈퍼 서브를 도맡는다.

가장 먼저 슈퍼 서브라 불린 선수는 영국 프리미어리그 리버풀의 데이비드 페어클루프로 알려졌다. 그가 1975~1976시즌에서 기록한 7골은 모두 막판 교체로 넣은 것이다. 다음 시즌 챔피언스리그 8강전에 리버풀이 생테티엔에 2-1로 끌려가던 경기 종료 5분 전,페어클루프가 투입되자 중계 아나운서가 "Supersub strikes!"(슈퍼서브가 공격한다)라고 외쳤다. 슈퍼 서브라는 단어가 탄생되는 순간이었다.

역대 최고의 슈퍼서브로는 맨유의 유니폼을 입었던 올레 군나르 솔샤르가 꼽힌다. 그는 맨유에서 기록한 92골 중 27골을 교체 출전해 넣었다. 솔샤르의 '골 본능'은 1998~1999시즌 맨유와 바이에른 뮌헨 간의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가장 돋보였다. 역대 챔피언스리그 결정전 중 최고의 명승부로 불리는 이 경기에서 그는 후반 36분 교체 출전해 게임 종료 직전 결승골을 뽑아냈다.

헨리크 라르손도 최고의 슈퍼 서브로 손색이 없다. 그는 FC 바르셀로나 시절 아스날과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2어시스트를 기록했고 35세 때는 맨유에서 노장 투혼을 발휘,3개월 동안 조커로 7골을 기록했다.

국내 프로축구에서는 2007년 포항 우승의 주역 이광재(전북),지난해 13골 중 8골을 교체 출전해 터뜨린 서동현(수원) 등이 한국의 대표적인 슈퍼 서브로 꼽힌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