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가 터진지 불과 1년만에 금융맨들이 전성기 몸값을 회복하고 있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15일 “증시 회복과 금융사 실적 개선에 따라 시티오브런던(런던 금융가)의 올해 보너스 봉투가 두둑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런던 금융가에서 5500여명의 직원을 거느리고 있는 골드만삭스는 올 3분기 실적이 가파른 증가세를 보임에 따라 올해 직원들의 평균 연봉(보너스 포함)이 46만7000파운드(약 74만8000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2007년 금융 호황기보다 13% 증가했으며 작년 평균 급여에 비해선 두배나 뛰었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진원지인 미국 월가도 마찬가지다.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 주요 금융사 23곳의 올해 총 연봉 지급액을 조사한 결과 2007년(1300억달러)보다 7.7% 증가한 1400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고 전했다.지난해(1170억달러)보다는 무려 20% 늘어난 액수다.1인당 평균 연봉은 14만3400달러로 2년전에 비해 2000달러 올랐다.WSJ은 지난 몇년간 금융사 매출에서 직원 보수가 차지한 비율 평균치를 계산한뒤 올해 예상 수익에 대입해 이같은 예상 연봉을 구했다.

금융위기의 주범으로 지목됐던 금융가 고액연봉이 되살아나고 있는 데는 증시 강세와 기업공개(IPO)·회사채 발행 등에 따른 금융사 실적 회복이 주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또 영국과 미국 정부의 금융사 구제 프로그램도 실적개선에 든든한 버팀목이 됐다.로버트 브라운 덴버대 교수는 “고액 연봉이 금융위기의 주요 원인중 하나였지만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각국이 금융사 보너스 규제에 나서고 있는 만큼 ‘금융맨의 봄’이 부활할 수 있을지는 좀더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영 금융감독청(FSA)는 최근 금융사의 장기 보너스 계약 관행 및 실적과 무관한 보너스 지급 등을 제한하는 규제안을 내놓았다.

김미희/조귀동 기자 iciic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