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자본의 급격한 유출 · 입과 이로 인한 환율의 급등락을 막기 위해서는 외환보유액을 1000억달러 이상 늘려야 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김정한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과 이윤석 연구위원은 15일 "지난 3월 말을 기준으로 무역수지와 대외 부채 등을 고려한 적정 외환보유액은 3097억2000만달러로 추정됐다"며 "이는 같은 시점의 외환보유액 2063억4000만달러보다 1033억8000만달러 큰 규모"라고 밝혔다.

두 연구위원은 16일 서울 은행회관에서 열리는 한국국제금융학회 창립 기념 학술대회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위기 전후 외환보유액 운용 경험과 위기 재발 방지를 위한 적정 외환보유액 검토' 보고서를 발표한다. 보고서는 적정 외환보유액을 산출하는 방법과 관련,3개월치 상품 수입액과 유동 외채를 합한 액수에 외국인 주식 및 채권 투자액의 30%를 더하는 것이 합당하다고 설명했다. 외국인 주식 및 채권 투자액의 일부를 적정 외환보유액에 포함시키는 것은 지난해처럼 급격한 경제위기가 닥쳤을 때 외국인 투자자금이 급격히 유출돼 국내 외환시장이 불안정해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취지다.

외환위기와 카드사태,최근의 글로벌 금융위기 국면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은 보유하고 있던 국내 주식 중 30%가량을 내다팔았다. 보고서는 외환보유액을 늘릴 경우 유지 비용이 커진다는 주장과 관련,외환보유액 확충을 통해 외환위기를 막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연구위원은 "외환위기 이후 4년간 국내총생산이 180조원 줄어든 반면 외환보유액 유지 비용은 연평균 10조원이 안 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학술대회에서 오정근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환율 안정을 위해 투기적인 외환 거래에 세금을 부과하자는 내용의 '위기 재발 방지를 위한 환율정책 모색' 보고서를 발표한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자본 이동의 반전과 한국의 정책 대응 방안' 보고서를 통해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의 사례 분석을 바탕으로 한 바람직한 금융정책을 제시한다.

또 가토 다카토시 국제통화기금(IMF) 부총재가 '글로벌 금융위기의 영향과 동아시아 경제에 대한 시사점'을 주제로 기조연설을 할 계획이다. 허경욱 기획재정부 차관과 신제윤 국제업무관리관(차관보)이 토론자로 참석한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