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자동차 사무라이 빅3' 격전지는 한국?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수입차 업체들이 도요타자동차의 본격적인 한국 시장 진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가운데 혼다, 닛산 등 일본 수입차 업체들의 국내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특히 내수 시장의 한계에 다다른 일본에서 3강 구도를 구축한 도요타와 혼다, 닛산 등 '빅3'는 한국시장을 새로운 '전쟁터'로 삼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경쟁구도가 가장 크게 드러나는 부문은 각 업체들의 가격인하 정책이다. 한 때 '외국에 비해 수입차 가격이 지나치게 비싸다'는 원성을 듣기도 했던 수입차 업체들은 국적과 차종을 불문하고 올 들어 일제히 가격을 내리고 있다. 기존 모델은 물론, 성능과 편의사양이 향상된 신차를 출시하면서도 이전 모델보다 가격을 내려잡기도 한다.
더욱이 혼다, 닛산 등 일본차 수입업체들의 가격인하 방침은 도요타의 한국시장 진출과 시기적으로도 맞물려 업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혼다 '올렸던 가격 다시 내려…저가형도 출시'
혼다코리아는 14일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신형 CR-V'와 준중형차 '뉴 시빅 1.8 스타일' 등을 가격을 대폭 낮춰 출시했다. 이달 초 앞서 중형세단 '어코드', 대형세단 '레전드' 가격을 최대 9.9% 낮춘데 이어 가격인하 정책의 연장이다.
가격을 살펴보면 신형 CR-V는 4WD 모델이 기존 3910만원에서 3690만원으로 220만원(5.6%)을, 2WD는 기존 3560만원에서 3390만원으로 170만원(4.8%)을 각각 인하됐다. 저가 사양인 '2WD 어반' 가격은 3290만원이다.
시빅도 하이브리드 모델은 3780만원, 2.0ℓ 3390만원, 1.8ℓ 2890만원으로 각 20만원씩 인하됐다. 여기에 100만원 상당의 DMB 내비게이션이 기본 장착돼 실제 할인효과는 더 크다. 저가 사양인 '1.8 스타일'은 2690만원으로 닷지의 '캘리버'와 함께 국내 수입되는 외산차 중 가장 싸다.
이 같은 가격인하는 지난 1월 '엔고 현상'에 따른 수익성 악화로 가격을 모델별로 2.8~3.1% 인상한지 9개월만이다.
정우영 혼다코리아 사장은 이날 기자간담회를 갖고 "경기 회복 전망과 환율 안정화에 대한 기대감으로 가격인하를 실시했다"며 "앞으로도 혼다의 다양한 제품을 보다 합리적인 가격으로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 사장은 도요타의 한국시장 진출과 관련, "시장 점유율보다 소비자들에 대한 서비스 수준 유지에 주력할 것"이라면서 "전세계 어디를 가도 경쟁구도는 있다. 정책적인 방향을 바꾸기보다는 독자적인 기존 노선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혼다코리아는 올 초부터 딜러들의 마진을 줄이고 하반기 출시된 대표모델 신형들의 가격을 크게 낮추는 한편, 기존에 수입되지 않던 엔트리급(선택사양을 줄인 저가모델)을 출시하는 등 한국 내 일본 '빅3' 자동차 경쟁에 있어 만반의 준비를 갖췄다.
◆닛산 '풀 라인업' 구축 자신감 보여
지난해 11월 국내 시장에 진출한 한국닛산은 세단에서부터 SUV, 스포츠카까지 폭넓은 라인업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을 강점으로 내세운다.
가격 부분에 있어서도 올 초 환율상승에 따른 인상 요인을 감수하고 기존 가격을 유지했다. 여기에 다양한 판촉활동을 통해 타 업체와의 경쟁에 임할 방침이다.
한국닛산 관계자는 "한국닛산은 국내 시장에서 브랜드 이미지 정립에 중점적으로 노력해왔다"면서 "눈앞의 경쟁보다도 국내 소비자들의 브랜드 인식을 제고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한국닛산은 장기적으로는 라인업 확대를 위해 '맥시마' 등 소형차 국내 출시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닛산은 이달 들어 가격인하와 각종 금융혜택을 내걸었다.
콤팩트 크로스오버 유틸리티차량(CUV) '로그'의 디럭스, 프리미엄 모델을 현금으로 구입하면 10%를 즉시 할인해 준다. 닛산의 파이낸스 서비스를 이용할 경우 월 9만9000원의 리스나 36개월 무이자 할부 등을 선택할 수 있다. 중형세단 '알티마'는 차종별로 24~36개월 무이자 할부 판매와 세제 지원을 실시한다.
엄진환 한국닛산 세일즈마케팅 이사는 "수입차 업계에서 보기 드문 파격적인 판촉기획을 통해 경쟁사 대비 가격 경쟁력을 갖췄다"고 말했다.
◆'도전자' 도요타, 20일 '칼 뽑는다'
도요타는 오는 20일 국내 공식 진출을 알리는 행사를 통해 ‘일본 빅3 한국전쟁’의 도화선을 당긴다. 간판모델인 중형세단 '캠리', 하이브리드차 '프리우스' '캠리 하이브리드', SUV '래브4' 등 4개 모델이 일제히 출시된다.
한국 내 브랜드 인식에 있어서도 '자신있다'는 입장이다. 지난 2000년 고급브랜드 '렉서스'를 한국시장에 출범시키며 1997년 일본차 수입시장 개방 이후 일본 수입업체 '1번 타자'로 나서 국내 시장에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았다는 업계의 평가 때문이다.
'도요타 한국 출범' 대표주자로 나선 캠리의 경우 회사 내부에서는 가격대를 3000만원대 중후반으로 검토 중이다. 이는 기존 외산브랜드는 물론, 동급 국산차량들에 비해서도 경쟁력을 갖춘 가격으로 평가되고 있다.
도요타의 당초 목표는 초기 월 500대, 최단 시일 내로 월 1000대 판매량 달성이었다. 그러나 한국도요타자동차 관계자는 "언론을 통해 예상가격이 공개되자 소비자들의 사전계약이 크게 늘어 이미 1000대 이상이 사전계약됐다"며 "원래 목표치를 높여 잡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이진석 기자 gene@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