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시장을 뛰어넘어 드넓은 해외 패션시장을 무대로 활동하는 국내 디자이너들의 행보가 눈길을 끌고 있다. 이상봉,우영미,정욱준 등이 대표적인 디자이너들.쟁쟁한 세계적인 디자이너들과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하면서 전 세계 패셔니스타들에게 그들의 옷들을 팔고 있다.
우선 '이상봉' 하면 광채 나는 헤어 스타일,턱수염,동그란 검은 뿔테 안경이 곧바로 연상되는 연예인만큼이나 유명한 스타 디자이너다. 하지만 그는 얼마 전 막을 내린 파리패션위크에선 자신을 아직 '신인'이라고 소개한다. 1997년 파리 전시회에 진출해 처음 해외 무대에 디자이너 브랜드 '이상봉'을 알렸고,벌써 올해로 12년째를 맞고 있다. 또 파리컬렉션엔 2002년부터 14번째 참가하고 있다.
이상봉은 가장 한국적인 디자이너로 꼽힌다. 2005년 한글을 테마로 한 패션을 파리에 소개하면서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이후 한글,소나무,매화 등 한국적인 디자인을 현대적으로 풀어낸 '이상봉 스타일'의 의상들을 선보이고 있다. 현재 그의 옷들은 파리 · 모스크바 · 두바이 등을 비롯해 세계 20개 도시의 매장에서 팔리고 있다. 여성 정장 한 벌이 200만~300만원대로 고가에 속하지만 상류층 사람들 사이에선 이상봉 마니아층이 형성되면서 인기를 모으고 있다. 그는 프레타포르테(고급 기성복) 스타일과 오트 쿠튀르(고급 주문복) 스타일의 중간 스타일을 제시하며 해외 패션 시장의 틈새를 공략하고 있다. 특히 중동 지역에서 그의 옷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이상봉 독립매장을 쿠웨이트에 낼 계획이다.
남성복에선 우영미 디자이너가 세계 무대에 한국의 패션을 전파하고 있다. 파리 남성복 컬렉션 진출은 올해로 15회째.7년 넘게 컬렉션 무대를 선보이고 있는 파리에선 수많은 디자이너들 가운데 꼭 봐야 할 남성복 컬렉션 명단 최상단에 '우영미'란 이름이 올라 있다.
그의 옷은 '기본적으로 남성의 몸을 잘 이해하는 브랜드,트렌드와 클래식함을 모두 아우르고 있다'고 평가받는다. 현재 '우영미'라인은 프랑스 파리 마레지구의 단독 매장과 최고급 백화점인 봉 마르셰,영국 셀프리지 백화점,홍콩 하비 니콜스,이탈리아 밀라노 단토네 등 전 세계 13개국 30여개의 백화점과 유명 편집 매장에서 판매되고 있다. 또 지난 8월엔 일본의 거대 의류기업인 '온워드 가시야마'와 손잡고 일본 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파격적인 조건으로 지난 8월 롯폰기 미드타운,나고야 다카시마야,신주쿠 다카시마야 등 일본 백화점 내 3개의 단독매장을 열었다.
정욱준도 세계무대에서 주목받는 또 한 명의 남성복 디자이너다. 해외 언론과 바이어들은 그의 디자인에 대해 '클래식의 전환'이라고 평한다. 뉴욕 · 런던 · 파리 · 도쿄 · 밀라노 · 홍콩 등 패션 중심지에 위치한 첨단 스타일의 편집매장에선 정욱준의'준지'라인을 접할 수 있을 정도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세계적인 스타 디자이너 칼 라거펠트도 밀라노 컬렉션 펜디쇼에서 그의 옷을 입고 등장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그는 해외 유명 브랜드들의 콜라보레이션 디자이너로 러브콜을 받고 있다. 지난해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리복'과 손잡고 하이톱 운동화 '준지 라인'을 선보여 히트했는가 하면 지난 6월엔 영국 스포츠업체'스피도'와 꼼데가르송의 뒤를 이어 콜라보레이션 디자이너로 발탁돼 수영복을 디자인했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g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