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칼럼] 美주식ㆍ채권 동반강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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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미국 금융시장에서는 기이한 현상이 적잖게 발견된다.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기침체와 신용위기를 동시에 겪은 탓인지 회복 진행 과정도 예사롭지 않은 듯하다.
시중에 유동성은 넘쳐나는 데도 인플레이션 우려가 거의 없다. 작년 7월에 2.7%에 달했던 개인소비지출(PCE) 근원 물가지수가 8월에는 1.3%로 낮아졌다. 월가 이코노미스트들은 물가하락 압력이 높아 내년에는 이 지수가 0%대로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집값 폭락으로 겁에 질린 미국인들이 소비를 줄이고 예금을 늘리는 가운데 은행들이 대출을 조인 결과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발표하는 자금순환표에 따르면 2분기 말 결제용 당좌예금 잔액은 7283억달러로 1년 전에 비해 1396억달러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저축성 예금 잔액도 5887억달러 늘었다.
반면 은행들의 대출은 2조1386억달러에서 2조310억달러로 1076억달러 감소했다. 은행들은 남는 자금으로 국채를 적극 매수했다. 올 들어 8월까지 미 은행들이 추가로 매수한 국채 규모는 1200억달러에 달한다.
경기회복 기대감을 반영,뉴욕 주가가 3월 이후 숨가쁘게 상승한 데도 채권 값이 덩달아 오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통상 주식과 채권 가격은 반대로 움직인다. 월가 금융사들은 이런 현상이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래선지 경기부양을 위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미 재무부가 최근 들어 국채 입찰 규모를 늘리고 있지만 국내외 투자자 수요가 몰리면서 무난히 소화되고 있다. 달러 가치 하락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는 데도 웬일인지 외국 중앙은행 등 외국인 투자가들의 미 국채 매입도 이어지고 있다.
이른바 인플레이션 우려없는 묻지마식 유동성 장세가 펼쳐지는 양상이다. 예전 유동성 장세와의 뚜렷한 차이는 월가 투자자들 사이에 통화당국이 당분간 금리를 올리지 않을 것이란 믿음이 확고하다는 점이다.
월가 금융사들은 사실상 이자부담 없이 조달한 단기 자금으로 세계 곳곳의 자산 시장에서 수익률 게임을 벌이고 있다. 자산 가격이 꿈틀대는 게 지극히 당연하다. 최근 국제 금 값이 치솟은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
경기회복 지연에 대한 불안감이 없지 않지만 자산에 과감하게 투자해 수익률을 낼 수 있는 적기라는 인식이 월가에 팽배하다.
하지만 자산 가치가 웬만큼 올라 또다른 거품 논란이 일면 상황이 달라진다. 자산 시장이 점진적 조정을 받으면서 금융사들이 대출을 재개하면 경제가 선순환 구조로 흐를 수 있다. 반면 집단행동에 익숙한 금융사들이 동시에 자산 시장에서 발을 빼면 시장은 큰 혼란에 빠진다. 현재로선 과잉 유동성의 결과를 쉽게 예측하기 어렵다.
과잉 유동성의 폐해를 알면서도 FRB가 출구전략에 신중한 입장을 보이는 게 이런 이유 때문이다. 개별 금융사 입장에서는 적절한 리스크 관리라고 하더라도 집단적인 행동이 발생하면 경제는 곧바로 곤두박질칠 수 있다. 이래 저래 통화당국의 역할이 커질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유동성 장세가 지속될 것이란 시장의 믿음부터 가라앉혀야 할 것 같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
시중에 유동성은 넘쳐나는 데도 인플레이션 우려가 거의 없다. 작년 7월에 2.7%에 달했던 개인소비지출(PCE) 근원 물가지수가 8월에는 1.3%로 낮아졌다. 월가 이코노미스트들은 물가하락 압력이 높아 내년에는 이 지수가 0%대로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집값 폭락으로 겁에 질린 미국인들이 소비를 줄이고 예금을 늘리는 가운데 은행들이 대출을 조인 결과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발표하는 자금순환표에 따르면 2분기 말 결제용 당좌예금 잔액은 7283억달러로 1년 전에 비해 1396억달러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저축성 예금 잔액도 5887억달러 늘었다.
반면 은행들의 대출은 2조1386억달러에서 2조310억달러로 1076억달러 감소했다. 은행들은 남는 자금으로 국채를 적극 매수했다. 올 들어 8월까지 미 은행들이 추가로 매수한 국채 규모는 1200억달러에 달한다.
경기회복 기대감을 반영,뉴욕 주가가 3월 이후 숨가쁘게 상승한 데도 채권 값이 덩달아 오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통상 주식과 채권 가격은 반대로 움직인다. 월가 금융사들은 이런 현상이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래선지 경기부양을 위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미 재무부가 최근 들어 국채 입찰 규모를 늘리고 있지만 국내외 투자자 수요가 몰리면서 무난히 소화되고 있다. 달러 가치 하락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는 데도 웬일인지 외국 중앙은행 등 외국인 투자가들의 미 국채 매입도 이어지고 있다.
이른바 인플레이션 우려없는 묻지마식 유동성 장세가 펼쳐지는 양상이다. 예전 유동성 장세와의 뚜렷한 차이는 월가 투자자들 사이에 통화당국이 당분간 금리를 올리지 않을 것이란 믿음이 확고하다는 점이다.
월가 금융사들은 사실상 이자부담 없이 조달한 단기 자금으로 세계 곳곳의 자산 시장에서 수익률 게임을 벌이고 있다. 자산 가격이 꿈틀대는 게 지극히 당연하다. 최근 국제 금 값이 치솟은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
경기회복 지연에 대한 불안감이 없지 않지만 자산에 과감하게 투자해 수익률을 낼 수 있는 적기라는 인식이 월가에 팽배하다.
하지만 자산 가치가 웬만큼 올라 또다른 거품 논란이 일면 상황이 달라진다. 자산 시장이 점진적 조정을 받으면서 금융사들이 대출을 재개하면 경제가 선순환 구조로 흐를 수 있다. 반면 집단행동에 익숙한 금융사들이 동시에 자산 시장에서 발을 빼면 시장은 큰 혼란에 빠진다. 현재로선 과잉 유동성의 결과를 쉽게 예측하기 어렵다.
과잉 유동성의 폐해를 알면서도 FRB가 출구전략에 신중한 입장을 보이는 게 이런 이유 때문이다. 개별 금융사 입장에서는 적절한 리스크 관리라고 하더라도 집단적인 행동이 발생하면 경제는 곧바로 곤두박질칠 수 있다. 이래 저래 통화당국의 역할이 커질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유동성 장세가 지속될 것이란 시장의 믿음부터 가라앉혀야 할 것 같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