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 진영은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 상공에 불시착한 외계인들을 20년간 '디스트릭트9'에 강제 수용한다. 그러나 수용소가 무법천지로 변하자 외곽으로 이주시키기로 결정한다. 이주 책임자인 비커스는 외계물질에 노출되고 유전자 변이를 일으켜 외계인으로 변해간다. 실험 대상이 되지 않기 위해 그는 거주지를 탈출해 외계인 수용구역으로 뛰어든다. 영화는 요하네스버그 상공에 대형 우주선이 떠있고 그 아래에서 흉측한 몰골의 외계인들이 인간들의 통제를 받는 상황을 TV를 통해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보여준다. 이로써 관객들은 마치 우리 곁에 실재하는 사건처럼 느낀다. '반지의 제왕''킹콩'의 피터 잭슨 감독이 제작한 '디스트릭트 9'은 외계인의 침공으로 위협받는 지구인의 운명을 다뤘던 기존 할리우드 SF영화들과 다르다.

신개념 할리우드 영화들이 국내 극장가에 잇따라 선보인다. 15일 개봉되는 '디스트릭트 9'에 이어 초대형 재난영화 '2012'(11월12일)와 액션어드벤처 '아바타'(12월17일)가 그것.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의 '2012'는 한 가지 재난을 그린 기존 재난영화와 달리 지진,화산,해일 등을 한꺼번에 녹여냈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아바타'는 지구인이 외계를 침공하면서 벌어지는 서사 멜로드라마다. 잭슨과 카메론,에머리히 감독은 할리우드 최고의 흥행카드이며 '아바타'와 '2012'의 제작비는 사상 최고 수준이다. 올 여름 한국 영화 '해운대'와 '국가대표'에 흥행왕좌를 내줬던 할리우드 영화들이 실지회복을 선언한 셈이다.

'아바타'는 카메론 감독이 할리우드 역대 흥행수입 1위 기록(18억달러)을 세웠던 '타이타닉' 이후 12년 만에 연출한 화제작.제작비는 할리우드 사상 최대 규모인 2억9000만달러에 달한다. 카메론 감독은 제작 예산을 항상 초과하는 것으로 유명하지만 '터미네이터2' 등에서 입증했듯이 흥행 보증수표이기도 하다.

'아바타'는 자원 고갈로 신음하는 지구인이 새 행성을 찾아나서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나비족이 사는 아름다운 행성 '판도라'를 발견한 지구인은 나비족과 인간 유전자를 합쳐 만든 아바타를 침투시킨다. 그러나 아바타가 나비족과 사랑에 빠지며 이야기는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든다. 흡사 '늑대와 춤을'과 '라스트사무라이'의 우주버전이라고나 할까.

카메론 감독은 탁월한 스토리텔링 능력을 러브스토리에 담아낸다. 또한 일부 공개한 영상물에서 실사 촬영과 컴퓨터그래픽(CG)을 혼합해 환상적인 판도라의 풍경을 창조했다. 공중에 떠있는 땅,어두운 밤을 형언할 수 없는 빛으로 밝히는 꽃의 향연,파란색 나비족의 유연한 동작 등 볼거리가 풍부하다. 인간들이 내세운 로봇군단과 나비족이 이끄는 거대 동물군단의 전쟁 신도 장관이다.

최근 53분간 편집본을 공개한 '2012'도 2억6000만달러를 투입한 대작답게 웅대한 스케일을 드러냈다. 에머리히 감독이 '인디펜던스 데이''투모로우'에 이어 내놓은 재난 3부작 결정판이다. 마야문명이 예언한 지구 멸망의 해를 모티프로 지진,화산,해일 등을 전 세계를 무대로 담아냈다. 지진으로 땅이 갈라지고 건물이 무너지는 데 그치지 않는다. 미국 서부 일대가 완전히 지도에서 사라질 정도로 초대형 지진을 포착한다. 고가도로가 주저앉고 초고층빌딩들이 서로 부딪쳐 붕괴되는 틈새로 한 가족이 탄 자동차가 필사의 탈주를 펼친다. 바다에서는 거대 해일이 덮쳐 항공모함을 뒤집는다. 이런 극한 상황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인간들의 사투가 감동을 전해준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