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연속 버디,칩 인 이글,마지막홀 7m 버디….이런 진기록과 극적 장면도 조연에 불과했다. 최후에 웃은 사람은 꼭 필요할 때 버디를 잡은 '신인' 맹동섭(22 · 토마토저축은행 · 사진)이었다.

맹동섭은 11일 제주 라온GC(파72)에서 열린 한국프로골프(KPGA) SBS코리안투어 조니워커블루라벨오픈(총상금 3억원)에서 4라운드 합계 9언더파 279타로 배상문(23 · 키움증권) 황인춘(35 · 토마토저축은행) 김대섭(28 · 삼화저축은행)과 공동선두를 이룬 뒤 연장 첫 번째 홀에서 버디를 잡고 생애 첫 승을 거뒀다.

맹동섭은 노승렬 김비오 등과 함께 아마추어 국가대표를 지낸 뒤 지난해 2부 투어를 거쳐 올해 KPGA투어에 데뷔한 신인.이번 대회 3라운드에서 선두에 나설 때까지만 해도 그가 우승하리라고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최종일엔 우승경쟁자들이 스코어를 줄인 것과 대조적으로 1타(버디1 보기2)를 잃으며 뒷걸음질친 끝에 연장돌입까지 허용했다.

그러나 그는 신인답지 않게 버디가 필요할 때 버디를 잡았다. 18번 홀(파4 · 길이405m)에서 치러진 연장 첫 홀.그를 제외한 세 명의 쟁쟁한 '선배'들이 7m 안팎의 버디퍼트를 실패한 것을 확인한 그는 2.5m 거리의 버디퍼트를 차분하게 성공하며 6000만원의 우승상금을 손에 쥐었다. 맹동섭은 "연장전에서 세 선수가 버디를 실패하고 내 차례가 왔을 때 '하늘이 준 기회'라고 생각하고 온 힘을 다했다"며 "아직도 얼얼한 이 기분이 며칠은 갈 듯하다"며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우승자가 결정되기까지 명장면도 연출됐다. 시즌 상금랭킹 1위 배상문은 1~8번 홀에서 연속 버디를 기록했다. '8연속 버디'는 KPGA '18홀 최다 연속 버디' 타이다. 2005년 기아로체비발디파크오픈에서 남영우가 단 한 차례 수립한 적이 있다. 미국PGA(마크 캘커베키아) 미국LPGA(베스 다니엘) 유러피언(콜린 몽고메리) 투어의 최다 연속 홀 버디(9개)에 1개 모자라는 진기록이다. 배상문은 공동 2위(상금 2080만원)에 만족해야 했지만,시즌 상금이 5억2685만여원으로 김대섭을 1억9000만원 차이로 따돌리며 사실상 상금왕을 확정지었다. 또 KPGA 최초로 시즌상금 6억원 돌파를 기대할수 있게 됐다.

'늦깎이 프로' 황인춘은 16개월 만의 우승기회를 날려버렸다. 황인춘은 16번 홀(파5)에서 칩샷이 이글로 연결되며 우승을 눈앞에 두는 듯했다. 그러나 마지막 홀에서 3퍼트를 하며 연장전에 끌려가고 말았다. 상금랭킹 2위 김대섭은 마지막 홀에서 약 7m 거리의 버디퍼트를 극적으로 성공하며 연장전에 합류했으나 연장전에서는 비슷한 거리의 버디퍼트가 홀을 살짝 비켜가면서 배상문과의 상금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지난해 챔피언 강욱순(43 · 타이틀리스트)은 최종일 7타를 줄이는 저력을 발휘하며 공동 7위를 차지했다.

/제주=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