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의 주식매매 패턴이 달라지고 있다. 외국인들은 그동안 정보기술(IT) 자동차 금융 등 주요 업종의 대표주들을 무차별적으로 공략했지만 이달 들어선 같은 업종에서도 입맛에 맞는 종목만 담고 다른 종목은 파는 교체 매매에 적극 나서고 있다.

코스피지수가 1700선을 터치한 이후 주가 수준에 부담을 느껴 일단 가격이 많이 오른 종목은 차익을 실현하면서 4분기 이후에도 이익 개선 가능성이 남아있는 종목만 추가 매수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일종의 '선택과 집중' 전략인 셈이다.

전문가들은 외국인이 매수강도가 주춤해진 속에서도 공격적으로 사들이고 있는 선호종목에 관심을 가질 것을 주문했다. 다만 주도 업종 내에서도 이익 개선 추세와 성장성이 돋보이는 종목 위주로 공략 범위를 좁히는 것이 안전하다는 지적이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외국인이 사들이는 업종은 IT 자동차 은행 등으로 지난달과 비슷하지만 종목은 상당한 차이가 난다.

IT주의 경우 외국인은 이달에 LG디스플레이를 490억원어치 순매수한 것을 비롯해 삼성SDI 삼성전기 등을 순매수 20위권에 올렸다. 반면 삼성전자는 5300억원 이상 대거 순매도하며 차익을 챙겼고 하이닉스LG전자도 보유 지분 일부를 처분했다.

자동차업종에서도 외국인은 현대차기아차를 사들이는 반면 현대모비스는 770억원가량 순매도했다.

또 은행주에서는 신한지주 KB금융 부산은행 등은 적극적으로 매수했지만 외환은행 우리금융 대구은행 등은 순매도했다.

이 같은 매수패턴은 지난달과 비교하면 사뭇 달라진 것이다. 지난달 외국인은 IT주 '투톱'인 삼성전자와 LG전자를 순매수했고 삼성전기도 1000억원 이상 사들였다. 은행주는 KB금융 신한지주 우리금융 등을 함께 사들였을 뿐 순매도 20위권에는 은행주가 하나도 없었다.

외국인이 공격적으로 매수 규모를 늘리며 지수를 1400선에서 1600선으로 밀어올렸던 지난 7~8월에 비하면 매매패턴의 차이가 더욱 확연하다. 외국인은 7월과 8월에는 대형 IT주 '5인방'인 삼성전자 LG전자 LG디스플레이 하이닉스 삼성전기를 모두 순매수했고,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등도 함께 대거 사들여 IT와 자동차를 확실한 주도주로 띄웠다. 주요 은행주들도 차별없이 모두 '러브콜'을 받았다.

전문가들은 외국인이 IT 자동차 은행 등을 여전히 주도주로 보면서도 이익 개선 추세 등 향후 성장성에 따라 종목별로 차별화하고 있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이선엽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경우 3분기 사상 최대 이익에도 불구하고 4분기 이후 휴대폰 TV 액정표시장치(LCD) 등이 부진할 것이란 우려가 부각되면서 이달부터 외국인이 차익 실현에 나섰다"고 분석했다. 이에 반해 삼성SDI 삼성전기 등은 전기자동차용 2차전지와 발광다이오드(LED) 등의 장기 성장성이 긍정적으로 평가받으면서 외국인이 지속적으로 매수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박성훈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이 매수강도를 낮추면서 업종이 아니라 종목별로 차별적인 매수에 나서고 있다"며 "이에 따라 개인도 같은 주도업종이라도 이익 추세와 주가 수준을 고려해 공략 종목을 좁히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