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베이징에서 10일 열린 한 · 중 · 일 정상회의에선 원자바오 중국 총리를 연결고리로 남북 정상이 관계 개선에 대한 의지를 나타냈다. 원 총리는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의지를 전해달라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뜻을 밝혔고,이명박 대통령은 "환영한다. 항상 열린 마음으로 있으며 얼마든지 대화할 용의가 있다"고 하는 등 적극적 태도를 보였다. 원 총리의 전언 형식으로 간접 대화를 나눈 셈이다.


◆남북,급격 대화는 힘들듯

원 총리는 3국정상회의와 기자회견 등을 통해 자신의 최근 방북 결과에 대해 설명했다. 원 총리는 "북한은 6자회담에 대해 유연한 태도를 보였으며 미국뿐만 아니라 한국 일본과도 관계를 개선하려 한다"고 소개했다. 원 총리 방북 직후 알려졌던 김 위원장의 '조건부 6자회담 복귀'발언에서 한 발 더 나아간 내용이다. 이 대통령은 환영의 뜻을 표한 후 기회가 닿으면 언제든지 북한에 대해서도'그랜드 바겐'방침을 설명하고 협력을 구하고자 한다는 입장까지 밝혔다.

김 위원장의 '관계개선'발언은 지난 8월 빌 클린턴 전 미국대통령의 방북 이후 가시화된 대남,대일 유화제스처의 일환이다. 6자회담 당사국인 한국,일본과의 관계개선 움직임을 보여야 북 · 미 대화에 임하는 미국 측의 발걸음을 가볍게 할 수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는 예상이다.

◆'그랜드 바겐'은 '대교역'

한 · 중 · 일 정상은 6자회담이 여전히 유용한 수단이라는 점을 재확인했다. 이 대통령의 '그랜드 바겐(북핵 일괄타결)'구상에 대해 하토야마 유키오 일본 총리에 이어 원 총리도 "개방적 태도로 적극 협의해 나가겠다"고 공감을 표시했다. 이는 북한이 미국과 양자회담에 나서더라도 한 · 중 · 일의 현실적 힘을 간과해선 안 된다는 점을 자연스레 각인하는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청와대 관계자는 설명했다. 북핵과 같은 중대 역내 이슈에 대해 '고위급 전략대화'를 가동하기로 합의한 점은 3국 간 북핵공조의 긴밀도를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된다. 중국 측 실무진들은 '그랜드 바겐'에 대해 중국식 어법으로 '대교역'이라고 표현하며 관심을 보였다고 김은혜 대변인은 전했다.

이번 정상회의는 동아시아 3대 강국이 '전략적 동반자 관계'의 기틀을 마련하는 계기가 됐다. 3국정상회의가 10년 전 '아세안+3'회의 기간에 열리는 번외 이벤트 성격으로 출발했지만 지난해 말 일본 후쿠오카에 이어 이번 베이징 회의를 통해 '21세기 동아시아시대'를 이끌어 갈 실질적 독립적 회의체로 뿌리를 내리는 모습니다.

홍영식/장성호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