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는 7일 호주가 최근 정책금리를 인상한 것에 대해 "호주는 경기가 나쁘지 않고 물가상승률도 선진국 중에서 조금 높은 편이어서 (금리 인상이)있을 수 있다고 본다"며 "하지만 우리나라와는 좀 다르다"고 말했다. 9일 열리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인상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국제통화기금(IMF) · 세계은행(WB) 연차총회 참석차 터키 이스탄불을 방문 중인 이 총재는 이날 기자들과 가진 조찬 간담회에서 경기확장 기조를 유지한다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결론과 관련,"국제공조를 너무 기계적으로 생각하면 안 된다"며 "20개국이 동시에 같은 행동을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국제공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정책 변경이 다른 나라에 나쁜 영향을 주지 않도록 조율하는 것"이라며 "G20은 원칙을 제시한 것이고 나라마다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적극적 정책을 언제，얼마나，어떻게 쓸지는 각국 정부가 알아서 할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출구전략 정의를 내린 적이 없고 사람마다 염두에 두는 것이 다르다"며 금리 인상이 출구전략의 핵심으로 여겨지는 분위기에 대해서도 제동을 걸었다.

그는 또 "다른 나라는 부동산 가격이 떨어진 뒤 원상회복이 아직 안 됐으나 우리나라는 떨어지지 않은 채 계속 올라가고 있어 조짐이 좋지 않다"며 "가계부채와 맞물려 있어 신경이 쓰이는데 지금까지는 큰 사고를 안 치고 왔지만 올라가는 게 확산되면 안 된다"고 경계했다.

적정 외환보유액에 대해서는 "정부나 한국은행이 목표를 정해 놓은 적이 한 번도 없었다"며 "다만 환율이 급등락하지 않도록 완화해줄 임무가 정책 당국에 있다"고 강조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