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준양 포스코 회장을 비롯한 상임이사 6명과 사외이사 9명 등 총 15명의 이사진은 오는 16일 베트남 호찌민 현지에서 이사회를 열기로 했다. 19일로 예정된 냉연공장 준공식을 앞두고 현지시장을 점검하기 위해서라지만,베트남에서 첫 이사회를 여는 속뜻은 따로 있다. 베트남-중국-인도네시아-태국-인도를 잇는 '아시아 생산벨트' 구축 계획을 구체화하겠다는 포석이다.

인도 철강회사 미탈이 2006년 세계 2위 철강업체였던 프랑스 아르셀로를 집어삼키며 인도-프랑스-루마니아-폴란드-카자흐스탄-멕시코 등을 잇는 '유럽 · 미주 생산벨트'를 구축,세계 1위의 철옹성을 쌓아올린 데 대한 반격의 신호탄이다. 연간 조강 생산량 1억t이 넘는 '철강 공룡'으로 변신한 아르셀로미탈이 최근 인수 · 합병(M&A) 후유증과 금융위기 여파로 인력 조정 및 자산 매각에 나선 터여서 포스코의 '뒤집기' 전략이 성공할지 주목된다.



'아시아 생산벨트'구축 나선다

포스코가 지난 7월 베트남 철강업체인 아시아 스테인리스(ASC)를 인수,베트남 지역의 스테인리스 생산 및 현지 판매망을 갖췄다. ASC의 연간 스테인리스 제품 생산 규모는 15만t 수준.생산 규모는 크지 않지만 현지 스테인리스 판매 네트워크를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포스코는 이달 중 베트남에 연산 120만t 규모의 냉연공장 준공도 앞두고 있다.

그 여파는 인접 국가인 태국으로 번졌다. 포스코의 등장 자체가 동남아 최대 스테인리스 생산업체인 타이녹스에 상당한 압박으로 작용하기 시작한 것.포스코가 타이녹스의 스테인리스 열연제품 사용량의 80%를 공급하고 냉연제품 수출까지 지원하고 있다는 점도 큰 부담이 됐다. 타이녹스가 포스코에 경영권을 매각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이유다.

타이녹스의 생산규모는 스테인리스 냉연강판 기준으로 연산 30만t.포스코가 이 회사를 인수하면 태국 내수시장을 장악하는 동시에 유럽,미국 등의 수출 판로도 거둬들일 수 있다.

글로벌 스테인리스 시장에서 차지하는 위상도 높아진다. 포스코는 포항제철소 스테인리스 냉연공장에서 70만t의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최근 대한ST(연간 20만t)를 인수해 생산능력을 연간 90만t으로 늘렸고,ASC 인수로 생산능력은 연간 100만t을 넘어섰다. 여기에 타이녹스 생산물량까지 합치면 포스코의 글로벌 스테인리스 생산량은 총 130만t 이상에 이르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포스코의 타이녹스 인수는 동남아 전체 철강시장에서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는 효과를 가져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동시다발 M&A 가속도

포스코의 해외 기업 M&A는 베트남과 태국에서 끝나지 않을 전망이다. 이미 중국과 인도네시아에서도 추가 M&A와 전략적 제휴를 추진하고 있다. 포스코는 최근 중국 현지 제철소에 대한 지분 인수나 경영권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에선 국영 철강사인 크라카타우 스틸과 석탄액화천연가스 사업도 공동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이르면 이달 중 양해각서(MOU)를 체결할 예정이다. 크라카타우 스틸과 함께 연산 600만t 규모의 일관제철소를 건설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일관제철소 건설 프로젝트가 확정되면 인도네시아에 30억~50억달러를 투입할 방침이다.

이미 인도에선 총 120억달러를 투입해 1200만t 규모의 일관제철소를 짓는 프로젝트를 가동 중이다. 정 회장은 지난달 인도 현지에서 정부 고위 인사들을 잇달아 만나면서 일관제철소 건설과 관련해 협조를 요청하기도 했다. 포스코는 인도를 아시아 생산벨트로서 뿐만 아니라 유럽 진출을 위한 교두보로도 삼는다는 구상이다.

해외 철강업체 인수 및 제철소 건설과 함께 광산 투자 계획도 진행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포스코는 즉각 동원할 수 있는 현금성 자산만 5조원이 넘는 '큰손'이기 때문에 잇따른 해외 기업 M&A에 큰 무리가 없을 것"이라며 "포스코의 다음 행보에 글로벌 철강업계가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