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어제 채권 유통시장 개선 방안을 내놓았다. 채권 거래의 안정성을 제고하기 위해 채권거래 전용시스템을 구축하고, 채권 판매정보 시스템을 마련하며, 채권 딜러의 시장 조성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것 등이 주요 골자다. 공신력(公信力) 있는 채권거래 시스템을 통해 보다 다양한 채권정보를 제공함으로써 투자자들의 선택의 폭을 넓혀주겠다는 취지다.

이번 대책은 사실 시급하기 짝이 없는 사안이다. 국내 채권시장은 발행잔액이나 거래 규모 면 등에서 꾸준히 성장세를 이어왔지만 채권거래의 80% 이상이 장외에서 이뤄질 뿐 아니라 그것도 대부분 사설 메신저에 의존하는 등 낙후성을 면치 못해왔기 때문이다. 개인투자자의 채권 거래 또한 전체 거래량의 0.5%에 불과한 게 현실이다. 미국 유럽 등이 90년대 후반부터 대체거래시스템을 도입해 장외시장거래를 활성화하고 투명성을 획기적으로 높여온 것과는 대조적이다.

우리 국채가 미국 씨티그룹에서 운영하는 세계국채지수인 WGBI 선진국지수에 연내 편입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점을 생각하더라도 채권시장 활성화는 더 미룰 수 없는 과제다. WGBI 선진국지수 편입이 성사되면 이 지수를 기준으로 투자활동을 벌이는 펀드들의 자금 100억~400억달러가량이 국내로 유입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채권시장이 잘 정비될수록 유입자금의 규모가 더 커질 것은 당연한 이치다. 채권 매입자금은 주식시장으로 밀려들어오는 핫머니와는 달리 장기투자 자금이라는 점에서 우리 경제에 기여하는 바도 커 매력적이다.

따라서 금융당국은 시장활성화를 도모할 수 있는 추가적 조치들도 적극 강구해나가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특히 국고채 중장기물의 발행과 유통량을 늘리는 등 상품의 다양화를 이뤄내는 일이 대단히 중요하다. 3년물 국고채에만 과도하게 편중돼 있는 채권거래의 폭을 5년물, 10년물 등으로 넓힘으로써 채권거래의 기반을 확충함과 동시에 장기물을 선호하는 외국계 기관들의 자금유입도 촉진할 수 있는 까닭이다. 중장기물 거래가 늘어나면 채권지수 및 채권 ETF(상장지수펀드), 장단기물의 금리차를 이용한 파생상품 등도 다양하게 개발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