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 그거 국산 아냐?" "역시 유명 브랜드 클럽을 쓰니 볼이 똑바로 나가는군."

국산 골프용품이 골퍼들로부터 푸대접을 받아온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말이다. 국산 골프용품은 골프 강국으로 부상한 한국 골프의 위상에 걸맞지 않게 골퍼들로부터 철저히 외면당해왔다. 선수들은 물론 '주말 골퍼'들까지 국산을 멀리해온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국산 용품을 선물로 주면 오히려 역효과가 난다는 말도 있다.

그러나 최근 사정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볼 · 샤프트 등 일부 품목은 외제 못지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클럽은 아직 세계에 내놓을 만한 국산 브랜드가 없지만,지금 같은 추세라면 한국을 대표하는 클럽이 나오는 것도 먼 일은 아닌 듯하다. 괄목할 만한 성장을 하고 있는 국산 골프용품을 살펴본다.

◆볼

볼빅의 선전이 눈에 띈다. 이 업체는 10년 전 3피스볼인 '비스무스' 시리즈를 내놓아 꾸준한 매출을 기록했다. 그러나 주인이 몇 차례 바뀐 데다,골퍼들의 유명브랜드 선호가 지속되면서 제평가를 받지 못했다.

그런 볼빅이 최근 새 주인을 맞아 탈바꿈하고 있다. 4피스로 된 프리미엄 볼(1다즌 7만2000원) '비스타'(VISTA)를 내놓고 골퍼들의 평가를 기다리고 있다. 볼빅은 딤플 · 소재 · 구조 등에 대한 국제특허 36건이 집적된 이 볼이 외제에 비해 손색이 없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로봇으로 '드라이버 거리 · 스핀 성능비교' 실험을 했다. 그 결과 비스타는 거리 · 스핀 모두 외국 유명브랜드인 T C N 볼을 앞질렀다. 클럽챔피언 출신인 볼빅 문경안 사장은 "이번 실험 결과를 바탕으로 국산 볼에 대한 골퍼들의 인식을 바꿔놓겠다"며 의욕을 보이고 있다.

양용은,세르히오 가르시아 등 내로라하는 계약선수를 보유한 테일러메이드는 내년 출시 목표로 5피스 '펜타 TP' 볼을 시험 제작했다. 그런데 몇몇 선수들이 시제품을 써보고는 곧 그 볼로 바꿨다고 한다. 그 볼은 국내 업체들이 만든 것이나 다름없다. 금호석유화학이 코어 · 외피 등 원재료를 납품하고 낫소가 완성품으로 가공해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으로 제작한 것이기 때문.우리 골퍼들로서는 국산품을 외국에서 수입해 쓰는 격이다. 나이키 볼도 국내 볼메이커가 OEM으로 공급한다는 것은 알려진 사실이다.

◆클럽

코오롱의 '엘로드'가 고군분투하고 있다. 엘로드는 골퍼들의 외면 속에서도 20년 동안 명맥을 유지하며 선수들을 후원해왔다. 2003년 안시현이 CJ나인브릿지클래식에서 우승하며 미국 진출 티켓을 딴 클럽이 엘로드였고,지난달 말 미국LPGA투어 세이프웨이클래식에서 우승한 허미정이 쓴 클럽도 엘로드(GX 460)였다.

중학교 때부터 이 클럽을 사용했다는 허미정은 국산 클럽으로 해외에서 열린 대회에서 우승한 첫 선수가 됐다. 허미정 외에 김주미 박희영 오지영 펑샨샨 등 미LPGA 투어들이 엘로드 클럽을 쓰고 있다. 신지애도 한 달 전 엘로드 클럽을 가져가 시험 중이라고 한다.

골프인구 270만명의 넓은 저변에,아시아 최초의 남자골프 메이저 챔피언을 탄생시킨 한국을 대표하는 클럽 브랜드가 나올 날도 머지 않은 듯하다. 엘로드의 박종현 팀장은 "애국심에 호소하는 단계는 지났다. 품질과 디자인으로 외국 브랜드와 경쟁하겠다"고 자신있게 말한다.

◆샤프트

MFS코리아에서 내놓은 '오직'(OZIK) 샤프트가 대표적이다. 18각짜리 첨단제품인 이 샤프트는 한 개 가격이 1500달러(약 180만원)에 달한다. 올초 미국PGA 머천다이즈쇼에 출품,큰 관심을 끌었다.

테일러메이드 캘러웨이 타이틀리스트 아담스 킹코브라 등 미국 5대 클럽메이커에 자체 상표를 달고 판매한다. 전재홍 사장은 "비제이 싱 등 40여명의 미국PGA 투어프로들이 이 사프트를 사용 중"이라며 "샤프트 사용률 1위 일본 후지쿠라(100명)에는 뒤지지만 곧 따라잡을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