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29일 발표한 `8월중 국제수지' 동향에서는 경상수지 흑자폭이 올해 1월 이후 가장 낮은 20억 달러 수준으로 떨어져 경상수지의 흑자기조에 변화가 생긴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한은은 9월에는 다시 수출이 늘어나면서 경상수지 흑자가 40억 달러 안팎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 수출축소가 경상수지 흑자감소의 원인

이번 통계에서는 경상수지 흑자폭이 크게 줄어든 것이 주목됐다.

8월 경상수지 흑자가 20억4천만 달러로, 전월의 43억6천만 달러에 비해 절반수준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경상수지는 작년 7월부터 올해 1월까지 적자상태를 유지하다 2월에는 35억6천만 달러의 흑자로 돌아섰다.

이어 3월 66억5천만 달러, 4월 42억5천만 달러, 5월 35억 달러 등으로 비교적 큰 폭의 흑자를 유지했다.

경상수지 흑자가 줄어든 것은 상품수지 흑자규모가 7월 61억3천만 달러에서 8월 34억6천만 달러로 축소됐기 때문이다.

상품수지에는 수출 총액이 통관기준으로 7월 319억9천만 달러에서 8월 289억7천만 달러로 9.4%, 30억2천만 달러가 감소한 것이 영향을 줬다.

수입액은 272억6천만 달러로 전월의 276억2천만 달러보다 3억6천만 달러 줄어드는데 그쳤다.

한은은 휴가철과 파업 등으로 선박과 자동차업계의 조업일수가 줄었고 이는 수출감소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승용차의 수출은 14억8천만 달러로 전월의 18억9천만 달러보다 4억1천만 달러가 줄었고 선박수출은 32억2천만 달러에서 24억6천만 달러로 7억6천만 달러가 감소했다.

그러나 승용차.선박외의 품목들도 수출이 줄었다.

철강제품의 수출액은 8월에 23억3천만 달러로 전월의 26억 달러에 비해 2억7천만 달러가 감소했고 기계류.정밀기기는 28억5천만 달러에서 24억6천만 달러로 줄었다.

정보통신기기는 35억6천만 달러에서 31억7천만 달러로, 가전제품은 9억 달러에서 8억8천만 달러로 각각 감소했다.

상품수지외에 서비스수지.소득수지.경상수지 이전 등에서는 전월과 큰 차이가 없었다.

◇ 국내 유입자본도 줄어


8월중 자본수지 유입초과액은 50억6천만 달러로 전월의 23억8천만 달러보다 늘었다.

그러나 이는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특별인출권(SDR) 33억8천만 달러를 배분받은 데 따른 영향이 크다.

세부적으로 보면, 증권투자(채권.주식등)에서 유입초과액이 39억6천만 달러로 전월의 79억4천만 달러에 비해 절반으로 줄었다.

한국 금융기관 등의 발행 채권에 대한 외국인의 순투자액(투자액-회수액)이 56억3천만 달러에서 6억2천만 달러로 줄어든 것이 영향을 줬다.

한은의 김성환 국제수지팀 차장은 "한국 금융기관들이 해외에서 발행한 중장기채를 많이 상환했다"면서 "국내 채권시장에서 외국인들의 순유입액도 23억3천만 달러에서 9억5천만 달러로 줄었는데, 이는 내외 금리차의 축소에 따른 영향이 크다"고 말했다.

국내주식과 해외 주식예탁증서(DR)에 대한 외국인들의 순매입액은 37억8천만 달러로 전월의 31억4천만 달러에 비해 조금 늘어났다.

직접투자 유출초과액은 7월 11억4천만 달러에서 8월 1억1천만 달러로 감소했다.

내국인 해외투자의 유출초과액이 7억 달러에서 1억 달러로 줄었고 외국인의 국내투자는 4억4천만 달러의 유출초과에서 2천만 달러의 유입초과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 "경상수지 흑자 다시 회복된다"

경상수지 흑자폭과 자본수지상의 달러유입액은 원.달러 환율에 영향을 준다.

한은은 경상수지에서는 달러유입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영복 한은 국제수지팀장은 "9월의 경우 상품수지 흑자폭이 확대되고 서비스수지, 경상이전수지도 악화될 가능성이 크지 않아 경상수지는 40억 달러 안팎의 흑자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수출은 꾸준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으며 수입증가 속도는 당초 예상보다 느린 편"이라면서 "당분간 경상수지 흑자기조는 유지된다"고 밝혔다.

경제 전문가들은 8월 초 휴가가 몰린 계절적 요인 때문에 수출액이 줄어들기는 했지만 이를 수출 경쟁력에 문제가 생긴 것으로 해석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밝혔다.

LG경제연구원의 오문석 경제연구실장은 "세계 경제가 완만하게 회복되고 있어서 수출이 타격을 받지는 않을 것"이라며 "하반기에는 경상수지 흑자폭이 줄어들겠지만 내년까지 흑자 기조가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한금융투자 이성권 이코노미스트는 "정보기술(IT) 제품이나 자동차 등 주력 수출 품목의 경쟁력은 건재하다"고 진단했다.

빠르면 연말부터 수입액이 플러스로 돌아서면서 `불황형 흑자 구조'를 탈출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이성권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4분기에 전년동기대비 수출입 증감률이 모두 플러스로 돌아설 것"이라며 "수출입의 감소폭 차이가 아니라 증가폭 차이에 의해 나타나는 적극적 형태의 경상흑자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현대경제연구원 유병규 경제연구본부장도 "국내 경기가 빠르게 회복하고 원.달러 환율이 하락하면서 수입이 상대적으로 늘어 흑자가 축소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윤근영 홍정규 기자 keunyou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