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내년 11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개최지로 결정되기까지 막판 두 번의 큰 고비가 있었다.

지난 4월 초 영국 런던 2차 G20 회의 이후 일본 호주 등이 탈락하면서 다음은 우리 차례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미국이 시기 문제를 놓고 이의를 제기하면서 일이 꼬였다. 미국 측 G20'셰르파(sherpa · 사전교섭대표)'인 마이클 프로먼 백악관 국제경제담당 부보좌관은 지난 8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 · 태 경제협력체(APEC) 고위관리회의에 참석,안호영 통상교섭조정관에게 "굳이 한국이 내년 4월에 개최해야 하느냐"고 물음표를 던졌다.

무엇보다 프로먼 부보좌관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오랜 친구로 현 정부 경제팀 인선을 주도한 최측근이었다는 점에서 그의 발언으로 4월 개최를 추진하던 우리 정부에 비상이 걸렸다. 정부 관계자는 27일 "오바마 대통령의 지지율이 떨어져 외국으로 자꾸 나가는 데 대한 국내의 곱지 않은 시선을 의식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오바마 대통령이 내년 4월 핵안보 정상회의를 소집해 놓았다는 것도 한 이유였다.

각 나라들의 복잡한 이해관계를 정리하는 것도 큰 과제였다. 특히 프랑스는 한국을 배제하는 'G14 체제'를 강력 주장했다.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과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는 캐나다가 내년 6월 G8과 G20 회의를 함께 열겠다고 하자 스티븐 하퍼 총리에게 "G20은 안 된다"며 반대 압력을 넣었다. 하퍼 총리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6월 캐나다 개최'를 지지해주면 '11월 한국 개최'에 동조하겠다는 뜻을 우리 측에 전달했다. 사공일 G20 기획조정위원장이 지난 8일 특사 자격으로 미국으로 급하게 간 것은 이런 배경 때문이다. 래리 서머스 백악관 특별보좌관,프로먼 부보좌관을 잇달아 만나 조율에 나섰다. 사공 위원장은 워싱턴 현지에서 장 다비드 르빗 사르코지 대통령 외교안보 수석보좌관과 전화통화를 갖고 담판을 벌였다. G20의 유용성을 설득한 끝에 프랑스는 "그러면 내년 한국 G20 개최를 지지할 테니 그 다음해에 프랑스 유치를 지원해 달라"고 양보했다.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는 '내년 6월 캐나다-11월 한국-2011년 프랑스 개최' 중재안을 냈다. 오바마 대통령은 피츠버그 G20 회의 시작 며칠 전 브라운 총리,사르코지 대통령과 통화를 갖고 이 같은 중재안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2011년 프랑스 개최에 대한 중국 등의 반발이 심해 피츠버그 회의 첫날인 지난 24일(현지시간) 만찬 때서야 최종 결정이 이뤄졌다. 이명박 대통령은 "총성없는 전쟁이었다"고 회고했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