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은 23일 미국 뉴욕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북한 핵문제와 주요 20개국(G20)정상회의 등에 관해 폭넓게 논의했다. 북한 핵 문제와 관련,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두 나라가 공동 노력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후 주석은 다이빙궈 외교담당 국무위원의 최근 방북 결과를 이 대통령에게 설명하면서 "북핵 문제를 해결하는 데 적극적인 역할을 할 것"이란 입장을 밝혔다.

후 주석은 "각국의 노력 덕분에 북핵 문제가 상당히 완화됐다"며 "북한이 한국 미국과의 대화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후 주석은 "전반적으로 북한이 미국과의 양자대화,혹은 어떤 형식으로든 다자회담을 진행하려고 한다는 의사를 갖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며 "각국이 노력한다면 북한의 6자회담 복귀 가능성도 여전히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후 주석은 이와 함께 내년 제4차 G20정상회의를 한국에서 개최하는 데 대해 지지 입장을 나타냈다.

G20정상회의를 한국이 유치하는데 그동안 중국 지지 여부가 관건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우리나라 개최 전망이 밝아졌다. G20정상회의의 내년 개최 여부는 오는 25일 피츠버그에서 열리는 3차 G20정상회의에서 결정될 예정이다.

이 대통령은 중국 미국 등 관련국들이 북한이 핵을 포기하면 체제 안전과 과감한 경협 지원을 약속하는 자신의 대북 '그랜드 바겐(Grand Bargain · 일괄타결)'구상을 설명하고 중국의 지지를 요청하는 데 주력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남북 문제에 대해 유연하고 융통성 있게 대처해 나갈 것"이라며 "단계별로 조각조각 협상하는 게 아니라 북한 체제를 보장하고 경제지원을 일괄적으로 함으로써 북한이 핵을 포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당시 북한 조문단을 만난 사실을 거론하며 "북한이 남북관계 협력을 원한다면서 언제든지 (각급 대화채널 간에) 만나겠다는 뜻을 전해왔는데 우리도 같은 입장이라는 것을 설명했다"며 "다만 핵문제 해결이 남북관계를 활발한 관계로 만들기 위한 전제라는 점도 분명히 설명했다"고 말했다.

뉴욕=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