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시장 급성장을 이끌었던 적립식펀드가 속속 환매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 코스피지수 1200~1400에서 들어와 3~4년이 지나 짭짤한 수익을 내고 있는 적립식펀드들이 최근의 대량 환매를 주도하는 '부메랑'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코스피지수 1600선 이상에서 펀드에 투자됐던 금액의 80%를 적립식 펀드가 차지하고 있어 앞으로 지수가 오를수록 환매 규모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하고 있다.

2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상장지수펀드(ETF)를 제외한 국내 주식형펀드는 코스피지수가 장중 1700선을 처음 넘었던 지난 17일 하루에만 4022억원어치가 해지돼 신규 투자분을 제외한 순유출액이 3366억원에 달했다. 하루 해지 규모가 4000억원을 넘은 건 2007년 10월 이후 거의 2년 만이다.

이로써 올 들어 국내 주식형펀드에서 모두 5조3955억원이 빠져나갔다. 지난 7월 이후 본격화되고 있는 펀드 자금 유출의 70~80%는 적립식이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금융투자협회의 월간 적립식펀드 동향에 따르면 지난 7월 국내 주식형 적립식펀드에서는 7915억원이 빠져 나가 공모펀드 순유출(1조700억원)의 73.9%를 차지했다.

배성진 현대증권 수석연구원은 "8월 적립식펀드 통계치가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7월 수준이라면 전체 1조4700억원 중 최소 1조억원대 환매가 적립식에서 이뤄졌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현대증권은 코스피지수 1200~1400에서 가입했던 적립식 펀드가 대량 환매를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적립식펀드의 경우 보통 가입기간이 3~5년이고 투자자들이 정기예금 이자 이상의 수익률을 목표로 삼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지수대에서 가입했던 펀드들은 이 같은 기간 · 수익 요건을 모두 충족한 상태라는 지적이다.

이 증권사가 2005년 5월 이후 적립식펀드의 지수대별 유출입 동향을 파악한 결과 1200~1300선에서 6조4000억원,1300~1400선에서 9조2800억원이 순유입됐다. 이들 지수대에 들어온 적립식펀드는 코스피지수 1600선대에서 각각 26.8%,17.1%의 수익을 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수 1600선 위에서는 적립식펀드 비중이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앞으로 차익을 실현하려는 환매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1600선 위에서 국내 주식형은 29조원이 들어왔으며 이 중 적립식은 23조원에 이른다.

특히 코스피지수 1600~1700에서 유입된 3조4000억원은 지수가 1700대로 올라서면 평균 2.7% 수익을 얻게 되고 1700~1800에서 유입된 6조4000억원도 -2.7%로,원금 회복을 앞두게 되면서 환매가 가시권에 접어들 것이란 분석이다.

배성진 수석연구위원은 "적립식 펀드가 차익 실현에 나서는 가운데 나머지를 차지하는 거치식마저 원금 회복 후 환매에 속속 가세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봉환 금융투자협회 집합투자서비스본부장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신규 자금 유입이 크게 줄어 펀드시장이 위축되고 있다"며 "외국의 예로 보면 통상 2년 정도 위축기가 지속되는 것으로 조사돼 당분간 펀드 자금 순유출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