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 소셜 플랫폼' 포털 간 협의될까… 네이버 검색DB 공개 여부도 주목

주요 포털 간의 장벽 허물기 전쟁이 본격적으로 전개될 양상이다.

NHN이 지난 17일 개발자 콘퍼런스를 통해 네이버 초기화면에서 다음 블로거나 싸이월드 등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캐스트'의 서비스 계획을 밝히면서부터다.

다른 포털의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 뿐만 아니라 쇼핑몰, 기업사이트, 개인사이트 등도 연동 대상이다.

굳이 다른 포털에 접속하지 않고서도 네이버 내에서 여러 SNS 및 사이트 이용이 가능한 셈이다.

◇'오픈 소셜 플랫폼' 대세인가

국내 포털에서 이 같은 오픈 소셜 플랫폼 정책은 지난 6월 SK커뮤니케이션즈가 네이트 커넥트 및 앱스토어를 서비스하면서부터 점화됐다.

네이트 커넥트는 각 사이트의 업데이트 소식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하고, 앱스토어는 외부 개발자에게 기술을 공개해 응용 프로그램을 개발하도록 한 서비스다.

해외에서는 이 같은 오픈 소셜 플랫폼화는 이미 시작됐다.

미국 포털 AOL은 지난 4월 초기화면에 트위터와 페이스북, 마이스페이스 등 경쟁 SNS의 새 글뿐만 아니라 지메일 등을 볼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야후도 최근 각종 SNS와 사이트, 타사 메일 등을 초기화면에서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야후 API를 공개해 개발자 참여를 유도하는 방향으로 초기화면을 개편했다.

사실상 개인의 맞춤형 홈페이지로 전환하려는 의도인 셈으로, 전 세계적으로 포털은 이 같은 오픈 소셜 플랫폼으로 변화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NHN이 발표한 커뮤니케이션 캐스트에 대한 개념도 야후의 개편 방향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이 같은 오픈 소셜 플랫폼화가 구체화된다면, 하나의 포털에서 여러 포털의 SNS 및 다른 사이트의 소식을 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장기적으로 포털 지형도를 결정할 수 있는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실현 가능할까

오픈 소셜 플랫폼의 성사 여부는 포털 간 협의에 달려있다.

협의가 되지 않는다면 절름발이 형태의 서비스로 그칠 수밖에 없다.

실현 가능성에선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이미 NHN의 발표 직후 다른 포털은 "뒤통수를 맞았다"며 내심 불쾌해하는 표정이다.

내용의 중요도상 대중에 공개하기 전 타사에 미리 언질을 주거나 제안을 하는 것이 우선이었다는 것.
이에 따라 NHN의 이번 발표가 여론몰이와 명분 쌓기를 위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국내 포털의 폐쇄성에 대해 불만을 품어온 이용자들이 이 같은 개방 정책을 환영하는 만큼, 다른 포털이 마냥 거부할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이람 NHN 이사가 콘퍼런스에서 "다른 포털과의 제휴가 성사될 가능성은 반반"이라며 "웹 생태계 발전을 도모해야 한다는 데는 모두 동의하고 있지만, 판단은 전적으로 해당 업체들이 하는 것"이라고 말한 점도 타 포털에서는 압박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21일 "포털 간 SNS만 공개를 한다면 다음과 SK컴즈로서는 곤혹스러울 것"이라며 "오픈 소셜화가 현실화되면 검색 등이 강점인 네이버가 플랫폼으로서의 영향력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네이버 '검색DB 공개' 논의 점화되나

커뮤니케이션 캐스트로서 촉발된 포털의 개방화 문제는 포털 간 검색 데이터베이스(DB) 공개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

SK컴즈와 다음은 SNS 개방의 맞불 카드로 검색DB의 상호 개방을 꺼내 들 가능성이 크다.

이는 네이버의 핵심 경쟁력이 검색DB에서 나오는 반면, 다음은 카페와 블로그, SK컴즈는 싸이월드와 네이트온에서 나오는 만큼, 다음과 SK컴즈가 SNS 개방을 받아들이는 대신 검색DB 공개를 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네이버가 검색DB를 공개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어서, SNS 개방화 문제는 적당한 타협점을 찾는 수준에서 그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네이버 검색DB 공개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포털 간 협의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개방화 정책이 대세인 만큼, 검색DB를 포함한 전반적인 영역에서 점진적으로 개방화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광빈 기자 lkbi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