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 넘게 팽팽한 갈등 관계를 지속해온 형제 기업 아디다스와 푸마가 극적인 화해를 이룰 전망이다.

영국 BBC방송은 오는 21일 '세계평화의 날(Peace One Day)'을 맞아 아디다스와 푸마의 대표와 종업원들이 독일 헤르초게나우라흐에서 60여년 만에 첫 친선행사를 열고 해묵은 앙금을 털어낼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세계평화의 날은 영국 영화감독 제레미 길레가 2001년 비폭력운동을 펼치면서 시작됐다. 이번 행사도 그의 주선으로 마련됐다. 양사 대표는 악수를 나누고 종업원들은 축구를 하며 친목을 도모할 예정이다.

아디다스와 푸마의 전신은 구두의 고장인 독일 헤르초게나우라흐에서 아디와 루디 다슬러 형제가 공동 경영한 스포츠화업체 '게브뤼더 다슬러'다. 1936년 베를린올림픽의 전설적인 육상선수였던 제시 오언스가 신은 스포츠화를 만들어 유명세를 탔다.

두 형제가 등을 돌린 이유로는 '아디가 루디의 아내와 바람을 피웠다' '아디 아들의 친부는 루디다' '형제의 아내끼리 불화가 심했다' 등 온갖 루머가 나돌았다. 결정적으로 제2차 세계대전 중 연합군의 독일 공습이 한창이던 1943년 방공호에서 루디 가족을 만난 아디가 "더러운 놈들이 또 왔네"라고 내뱉은 말 한마디가 둘 사이를 갈라놨다는 게 정설로 통하고 있다.

전쟁이 끝난 뒤 루디는 미군 전쟁포로 수용소에 갇혔고,아디가 '게브뤼더 다슬러'를 도맡아 경영하다 이후 자신의 이름을 딴 아디다스로 사명을 바꿔 달았다. 루디는 1948년 고향으로 돌아와 강 건너 아디 회사 맞은편에 푸마를 창업했고 이때부터 아디다스와 푸마 간 한치 양보 없는 경쟁이 시작됐다. 두 형제의 갈등으로 이 지역은 '뒤틀린 골칫거리'란 별명을 얻었다.

현재 푸마는 120개국에 9000명 이상의 종업원을 거느리고 있으며,아디다스는 세계 각지에 3만8000명의 직원을 두고 지난해 108억유로의 매출을 거둔 글로벌 스포츠 기업으로 성장했다.

김미희 기자 iciic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