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서열 2위인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10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후계작업과 관련해 "현 시점에서는 논의되지 않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밝혀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지난 6월 국회 정보위원들은 "북한 당국이 김정은의 후계자 선정 사실을 담은 외교 전문을 2차 핵실험(5월25일) 직후 몇몇 해외공관에 전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당시 정부는 김 위원장의 건강악화와 잇따른 북한의 무력도발 등 정황을 토대로 정은으로 후계 이양이 임박한 것으로 분석했다. 김 위원장의 매제인 장성택 노동당 행정부장이 정은의 후견인으로 나서고 북한 매체들이 정은의 업적 등을 대대적으로 홍보하면서 권력이양의 수순은 기정사실화됐다.

그런 북한이 갑자기 후계자 논의 속도를 조절하고 나선 이유는 대체로 핵카드를 통한 대남(對南) · 대미(對美) 협상력 강화와 김 위원장 건강호전에 따른 권력누수 차단,임진강 사태 관련 국면 전환 등으로 요약된다.

무엇보다 대미 협상력 제고를 꼽을 수 있다. 북한은 강 · 온전략을 병행하며 대남 · 대미 양자 협상을 노려왔지만 '북핵 포기'라는 국제사회의 요구에 봉착한 상황이다. 한 대북 소식통은 "핵카드는 오직 김정일만이 사용할 수 있다"며 "남측과 미국 당국이 김 위원장의 건강상태를 우려한 점도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후계설을 잠재우면서 김 위원장이 직접 핵 협상을 재개하겠다는 강한 의지표현이라는 것이다.

이와 함께 김 위원장의 건강이 최근 급격히 좋아진 만큼 후계자 문제에 따른 권력누수를 차단하겠다는 의도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장성호 기자 ja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