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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두현의 책마을 편지] 다정도 병인 양하여…옛가락 이젯가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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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후에 도착한 책 한 권을 들고 한참 밖을 내다봤습니다. 제목은 《다정도 병인 양하여》(김영사)입니다. 구십 평생 우리 옛시문학을 멋지게 풀이해온 한문학자 손종섭 선생(91)의 새 책이지요.

    '옛가락 이젯가락'이라는 부제가 달린 이 책에는 고전시가의 백미로 꼽히는 시조 300수가 담겨 있습니다. 모두가 절창 중의 절창인데,그 '옛가락'에 붙인 저자의 '이젯가락'이 압권입니다.

    '이화우(梨花雨) 흩날릴 제 울며 잡고 이별한 임/ 추풍낙엽(秋風落葉)에 저도 나를 생각는지/ 천 리에 외로운 꿈만 오락가락하노매.'

    선조 때 부안 기생 매창의 이 시조에서 선생은 애틋한 정한의 가락을 하나 더 뽑아올립니다. '이별의 한을 품고 사는 사람에게야,어느 계절인들 그러하지 않으랴마는,그중에도 가을은 더욱 애타게 하고,한결 못 견디게 하는,그리움의 계절'이라는 말은 추임새에 불과합니다.

    시인 유희경과의 정을 잊지 못해 그가 서울로 간 후에도 내내 사모하여 수절하다 38세로 요절한 이 여인의 사무치는 시구 중에서 선생이 특히 주목하는 것은 '저도 나를 생각는지'라는 대목입니다. '임도' 또는 '그도'라 할 자리에 하필이면 홀대하듯 '저'라니?b.

    '떠날 때의 야속하게 느껴졌던 꽁한 감정이 아직도 덜 가셨기 때문인가? 아니다. 오히려,그에 대한 더 친압해진 말투! -오히려 스물여덟 나이 차를 무시해버린,'이불 속의 맞수' 그대로 불러보고픈 충동! 또는 어리광이라도 부려보고,투정이라도 부려보고 싶은,몽상적인 현장감 분위기에서 무심중 튀어나온 그 한마디! '그도'도 '임도'도 아닌 '저도'의 이 고혹적인 한마디가,이 작품의 중앙에 위치하여 전편을 압도하고 있다. 참으로 신묘하지 않은가? 말의 쓰임새란!'

    책 제목에 쓰인 것은 '다정도 병인 양하여 잠 못 들어 하노라'는 이조년의 시구이지요. '사랑이 거짓말이 님 날 사랑 거짓말이/ 꿈에 와 뵈단 말이 긔 더욱 거짓말이/ 날같이 잠 아니 오면 어느 꿈에 뵈오리?'(김상용)에서 사랑을 부정하다가 그리운 마음을 긍정하는 기발한 묘미를 발견하는 것도 쏠쏠한 재미입니다. 올 가을 내내 이 책을 품고 다니시길….

    문화부 차장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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