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TV 갖고 싶어해"…日 제품 밀어내

TV의 대명사로 불리던 소니, 샤프를 밀어낸 자리는 삼성전자, LG전자 TV가 차지하고 있었다.

유럽 최대 가전전시회 IFA 2009 개막을 하루 앞둔 지난 3일 찾은 베를린 알렉산더 광장 근처의 복합쇼핑몰. 평일임에도 번화가답게 사람들로 붐볐다.

10여 층 높이로 전체면적 9천㎡ 규모인 이 쇼핑몰의 1,2층에는 전자제품 매장인 '메디아 막트(Media Markt)'가 자리를 잡고 있다.

'메디아 막트'는 영국 딕슨(Dixons), 프랑스 푸낙(Fnac) 등과 함께 유럽에서는 손꼽는 전자제품 매장으로, 베를린 시내에만 18개가 있고 독일 전자제품 매출의 50%를 차지한다.

1층은 카메라와 전자제품 관련 다양한 소품을 판매하고 있었고,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는 2층은 TV가 잡고 있다.

2층 입구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브랜드는 'SAMSUNG(삼성)'이다.

에스컬레이터 옆 벽면은 삼성전자가 올 3월 출시한 LED TV 30여 대가 다양한 영상을 뽐내며 걸려 있고, 에스컬레이터서 내렸을 때 바로 보이는, 가장 목이 좋은 곳에도 역시 삼성전자 TV가 3열에 걸쳐 전시돼 있다.

반면 소니는 삼성전자, LG전자 매장보다 뒤쪽에 한 줄로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고 샤프는 소니 뒤에 배치돼 있었다.

과거 외국 전자매장에는 소니와 샤프 제품이 전면에 전시돼 있고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업체들의 TV는 뒤에 잡고 있었던 것과 비교하면 완전히 처지가 뒤바뀐 셈이다.

5년째 이곳 '메디아 막트'에서 일하는 테틱(39)씨는 "기술적으로는 (일본, 유럽 제품과) 비슷하거나 뛰어난 수준이지만 디자인에서 삼성전자 제품은 상당한 수준이고 사후관리도 잘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독일 사람들에게 삼성전자 TV는 갖고 싶은 물건 중 하나"라며 "2006년 이후 삼성 제품이 고급 제품이라는 인식이 자리를 잡았다"고 덧붙였다.

테틱 씨는 이 매장에서만 삼성전자의 3천 유로 이상 프리미엄 LED TV가 하루에 6~8대가 팔린다고 귀띔했다.

최근에는 젊은 층에서 대형 TV를 구매하는 비중도 점차 늘고 있다고 한다.

이곳 전자매장은 철저히 매출 기준으로 매장을 배치하기 때문에 제조업체들의 자리싸움도 치열하다.

시장조사기관 GfK에 따르면 독일 LCD TV 시장은 지난해까지도 필립스가 19%의 점유율로 1위를 차지했고, 삼성전자는 18%로 2위였지만 올해 들어 역전되기 시작해 7월에는 삼성전자가 21%로 17%인 필립스를 따돌리고 선두를 차지했다.

가격 경쟁에서도 삼성전자, LG전자 TV들은 엔고로 어려움을 겪는 일본 TV를 크게 앞서고 있었다.

삼성전자의 50인치대 LED TV가 3천 유로대인 반면 파나소닉 54인치 PDP TV는 6천299유로에 판매되고 있었다.

삼성전자 유럽법인의 성일경 부장은 "전자제품 매장에서는 좋은 자리가 매출로 직결된다" "소비자의 선택을 받으려면 철저히 실력으로 경쟁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베를린연합뉴스) 이광철 기자 minor@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