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 여당이 비정규직 관련법 개정 문제를 둘러싸고 갈피를 잡지 못한 채 허둥대는 모습이다. 비정규직법상의 '근로자 사용기간제한'이 바뀌지 않을 경우 7월부터 해고대란이 벌어질 것으로 우려했던 당초 예상과는 달리 실제론 대규모 해직 사태가 나타나지 않고 있는 까닭이다. 이에따라 당 · 정은 근로자와 사용자가 원할 경우 제한 기간(2년)이 지나도 근로계약을 갱신해 계속 근무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노동부가 전국 1만여개 사업장을 대상으로 최근 실시한 고용실태 조사에서는 사용기간 제한에 따라 해고된 근로자는 전체의 3분의 1 정도에 그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3분의 1은 정규직으로 전환됐고 또 다른 3분의 1은 종전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체 비정규직중 70% 정도가 해고될 것으로 내다봤던 정부의 예상과는 크게 차이가 나는 셈이다.

물론 정확한 내용은 정부의 공식 발표가 나와봐야 알겠지만 만일 실상이 이러하다면 비정규직법 개정 문제 또한 달리 생각해볼 수밖에 없다. 현행 사용기간제한 규정은 그대로 둔 채 반복 갱신을 허용하는 방안도 현실적 대안으로 검토해 볼 만하다는 뜻이다. 법규정과 상관없이 편법적 형태로 근무중인 수많은 근로자를 생각해도 그렇고, 정치권이 여야로 나뉘어 격렬하게 대립하며 합의점을 찾지 못해 온 사실을 생각해도 그러하다.

하지만 강조해둘 것은 그런 방안 또한 근본적 해법은 못된다는 점이다. 비정규직 문제의 해결을 위해선 사용기간 제한 자체를 아예 철폐해야 한다. 밀려나는 근로자가 3분의 1이든,절반이든 숫자가 중요한 게 아니다. 당사자 입장에서는 일자리를 잃는 절박한 문제다. 기간제한을 폐지하면 그 때문에 해고되는 근로자가 없어지고 사용자들도 정규직 전환이나 재계약 등 유연한 대처로 숙련된 인력의 손실을 줄일 수 있다. 당 · 정은 차제에 비정규직 사용기간을 철폐(撤廢)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