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DMZ 때 묻지 않은 한반도 자연사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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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단의 섬 민통선 이기환 지음/ 책문/ 488쪽/ 1만8500원
남방한계선을 알리는 철책과 지뢰지대의 호위를 받으며 서 있는 신라경순왕릉.비석 곳곳에 포탄 맞은 흔적이 뚜렷하고,능묘로 향하는 입구에는 철망이 쳐져 있다.
《분단의 섬 민통선》은 문화유산 전문기자가 쓴 '비무장지대 역사기행' 보고서다. 저자는 2년반 동안 강화도에서 강원도 고성까지 휴전선 남방 비무장지대(DMZ)의 문화유산을 샅샅이 뒤졌다. 그가 발품을 판 지역은 이른바 '비무장지대'가 아니라 '중무장지대'였다.
강원도 철원의 휴전선에 갇혀 있는 궁예 도성의 유적은 북쪽에 3분의 2,남쪽에 3분의 1씩 '분단'돼 있다. 경원선 철도가 이곳을 통과한다. 전쟁 때도 온갖 고초를 겪었다. 이곳에 들어가지 못한 채 철원 홍원리 평화전망대에서 먼발치로 바라보면서 저자는 한탄한다. '1100년 전에 쌓은 대제국의 도성을 후손들이 이렇게까지 철저하게 파괴하고 훼손한 것이다. 궁예를 폄훼한 고려와 조선,그리고 파괴의 절정이었던 한국전쟁,이렇게 해 놓고도 과연 역사와 전통을 말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민통선은 또 다른 의미에서 가장 잘 보존된 자연사박물관이다. '사람에게는 분단의 섬이지만 자연에는 최고의 낙원'이기 때문이다.
'임진강과 한탄강을 끼고 금단의 땅 비무장지대로 들어가면,화산인 오리산 및 검불랑의 용암이 빚어낸 수직단애를 비롯해 천혜의 풍경을 만날 수 있다. 그곳은 바로 선사시대 사람들이 강이라는 고속도로를 오가며 문명을 일구었던 곳.그 충적대지에서 무시로 주울 수 있는 주먹도끼가 30만 년 전의 세상을 열어젖힌다. '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