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증시가 최근 하락세를 보이고 있긴 하지만 연초부터 따지면 60% 이상 올랐다. 집값도 뜀박질을 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중국 사람들 사이에 '부차첸(不差錢 · 돈은 나도 좀 있다)'이란 말이 유행한다. 요즘 중국 분위기는 작년 말과는 확 달라졌다. 당시는 기업들이 줄줄이 쓰러지고 농민공(도시로 나온 농민)들은 고향으로 되돌아갔지만 요즘 광둥성등에는 다시 구인난이 벌어지고 있다. 도태될 기업은 도태되고 새로운 회사들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중국 정부는 올해 목표했던 8% 성장을 자신하고 있다. 3분기 연속 하락하며 지난 1분기 6.1%까지 추락했던 성장률을 2분기에 7.9%로 반전시키는 데 성공했다. 중국사회과학원은 지금 추세라면 3분기엔 8.5%의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올해 중국의 경제성장률 예상치를 8.3%에서 9.4%로 높였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경기가 회복되고 있다는 데 이의를 다는 전문가는 거의 없는 듯이 보인다.

그러나 찬찬히 뜯어보면 중국 경제가 갖고 있는 약점들이 더욱 심화되고 있는 게 문제다. 투자의존도가 높고 저부가가치 산업을 중심으로 짜여진 경제구조의 중국병이 악화될 조짐마저 보이고 있는 것이다.

중국이 작년 말 수립한 4조위안의 경기부양 프로젝트는 대부분 인프라 투자에 집중됐다. 이후 설비투자 증가율은 지난 4월 30%대에 진입한 뒤 내려올 줄 모른다. 중국 경제를 지탱하던 수출과 투자 중 수출증가율은 지난 7월 -23.0%를 기록하며 살아날 기미가 없다. 따라서 성장동력이 투자에 집중되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게다가 투자의 대부분이 민간투자가 아닌 정부 돈에 의존하는 것이란 한계도 갖는다.

소비도 마찬가지다. 중국 정부는 가전제품과 자동차를 살 때 보조금을 주면서 소비를 일으키려 안간힘을 쓴다. 덕분에 자동차시장은 미국을 추월해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가 됐고,가전회사들은 매출이 작년보다 평균 70% 늘어났다. 하지만 '보조금 소비'는 무한정 지속될 수 없다. 자동차와 가전업체의 매출은 팍팍 늘어나지만 지난 7월 소비증가율이 15.1%로 연초 18.1%에 못미친 것은 전반적인 소비심리가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결국 중국 경제의 회복은 정부 재정의 지출확대 과정과 같다. 이는 심각한 우려를 동반하고 있다.

상반기에만 7조3600억위안이 신규 대출로 풀리고,정부가 4조위안의 경기부양자금을 투입하면서 유동성 홍수가 났다. 상하이종합지수는 연초에 비해 100% 이상 급등했다가 버블론의 된서리를 맞고 다시 급락 추세다. 증시가 살아나면서 기업들이 자금 확보를 위해 잇달아 IPO(기업공개)나 증자를 실시,물량부담은 가중되고 있다.

부동산시장 역시 연초 정부가 세금을 깎아주는 것도 모자라 일부 지방도시에선 보조금까지 줘야 했지만 하반기부터는 원상태로 복귀했다. 70개 주요 도시의 부동산가격이 지난 7월에만 전월보다 0.9% 오르는 등 5개월 연속 상승한 탓이다.

중국 정부는 자산시장의 버블을 견제하기 위해 유동성 공급량을 대폭 축소했다. 7월 신규 대출은 3000억위안으로 전달의 4분의 1에도 못 미친다. 이는 자산시장에 심각한 타격을 주고 있다. 오로지 돈의 힘으로 상승했던 주가가 다시 추락하는 것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중국 정부는 한발 더 나가 경기회복의 속도 조절에 나섰다. 시멘트 철강 판유리 등 과잉투자 업종에 대해 신규 투자 허가를 금지키로 했다. 경기부양 바람을 타고 마구잡이로 설비투자에 나서면서 공급초과 현상이 우려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재정부 관계자는 "지금 경기를 빨리 부양하겠다고 돈을 더 풀면 소탐대실할 우려가 있다"며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이 중국병을 고치는 길이 돼야지 오히려 속병을 키우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