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은 대기업이 투자에 나서지 않을 경우 예정된 법인세와 소득세의 추가 인하를 2년간 유예하는 방안을 검토키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김성조 정책위의장은 30일 "애초 법인 · 소득세 감세 정책을 도입할 때 감세를 통한 투자확대 및 소비진작을 기대했는데 그런 긍정적 효과가 보이지 않는다"면서 "당내에 법인 · 소득세의 추가 감면을 2년간 유예하자는 의견이 있다"고 밝혔다. 김 정책위의장은 "법인 · 소득세 추가감면 유예로 발생하는 재원을 경기활성화를 위한 재정지출확대 정책에 쓰는 게 낫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발언은 투자를 하지 않는 기업들에 대한 '엄포성 발언'으로 보이지만 이미 예고된 세율 인하를 분명한 원칙없이 뒤집으려 한다는 점에서 기업이나 고소득자들의 강한 저항에 부딪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기획재정부가 지난 25일 법인 · 소득세 추가 인하를 전제로 각종 비과세나 감면을 축소키로 발표한 만큼 당정 간의 갈등도 배제할 수 없다. 재정부가 발표한 세제개편안도 전면 수정이 불가피하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법인세는 현재 과표 2억원 이하 구간의 세율이 13%에서 올해 11%로 인하된 데 이어 내년에 10%로 추가 인하된다. 대기업이 속하는 과표 2억원 초과 구간의 경우 작년 25%에서 올해 22%,내년 20%로 순차적으로 낮아진다. 소득세는 과표 8800만원 이하 구간에서 8~26%인 세율이 올해 6~25%로 인하된 데 이어 내년에는 6~24%로 추가로 내려갈 예정이다. 과표 8800만원 초과 구간도 내년에는 35%에서 33%로 내려간다.

김 의장은 법인 · 소득세 인하 유예안을 다음 달 4~5일 천안에서 가질 의원 연찬회에서 공론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재정부 세제실 관계자는 "우리(재정부)도 당 내부에 법인 · 소득세 인하를 유보하자는 주장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당도 정부가 계획대로 인하안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계획대로 인하가 이뤄질 경우 법인세는 9조3150억원,소득세는 4조1060억원 감면효과가 있다.

경제단체들은 김 의장의 발언에 대해 "투자가 기대만큼 늘지 않는 것은 경기침체로 인한 어쩔 수 없는 문제"라며 투자 부진의 직접 책임이 재계에 있지 않다고 주장하면서 법인세 인하 유예 검토의 재고를 요청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는 "당정은 '법인세를 내려준다는데 왜 투자를 늘리지 않느냐'고 불만을 표시하지만 투자위축의 가장 큰 원인은 경기침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글로벌 기업들이 대거 감원하는 상황에서도 한국 기업들은 총고용을 유지하면서 연구개발(R&D) 투자도 예년만큼 하고 있다"며 경기 회복 추세에 맞춰 기업들의 투자가 자연스럽게 살아날 것이라고 말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