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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마을] 주급 6달러 보조에서 영업왕으로…경영 대가들이 남긴 '찬란한 유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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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은 CEO의 살아있는 아이디어 토드 부크홀츠 지음/ 최지아 옮김/ 김영사/ 504쪽/ 2만2000원

    60년 전 어느 여름 밤,뉴욕의 한 가정주부가 자정이 넘은 시간에 후텁지근한 주방의 스토브 앞을 지키고 있다. 화장품을 만들기 위해 손까지 데어가며 냄비에 담긴 크림을 휘젓느라 여념이 없다. 그곳에서 몇 블록 떨어진 집에서 한 남자가 침대 위로 털썩 몸을 던진다. 아버지에게 불려 가면 종이가 말려들어가는 펀치카드 기계를 죄다 내다버리게 생겼다면서 불호령이 떨어질 게 분명했다.

    뉴저지 지역에서는 와이셔츠 소매를 걷어붙인 중년 남자가 컬러TV 발명대결에서 이기기 위해 밤샘하는 연구원들에게 커피 심부름을 하고 있다. 같은 시각 일본에서는 한 남자가 방바닥에 쭈그리고 앉아 오소리 털로 만든 붓에 자석 성질을 띤 아교를 묻혀 테이프에 조심조심 바르고 있었다.

    이들 덕분에 우리는 텔레비전과 DVD,컴퓨터와 젊은 피부를 누릴 수 있게 됐다. 주부의 이름은 에스티 로더,남자의 이름은 토머스 왓슨 주니어,데이비드 사노프,아키오 모리타다. 이들의 빛나는 아이디어와 노력은 경영의 역사를 새로 썼을 뿐만 아니라 인류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 놓았다.

    《죽은 CEO의 살아있는 아이디어(New Ideas from Dead Ceos)》의 들머리에 나오는 대목이다. 이 책은 전 세계적인 스테디셀러 《죽은 경제학자의 살아있는 아이디어》의 'CEO'편이다. 저자는 전작처럼 유쾌하고 속도감 있는 필치로 혁신경영 대가 10명의 비즈니스 철학과 인생 얘기를 들려준다.

    그는 뱅크 오브 아메리카의 아마데오 피터 지아니니가 겪은 샌프란시스코 대지진과 데이비드 사노프가 경험한 타이타닉 호의 침몰,소니의 아키오 모리타가 일궈낸 미국시장 개척기 등을 역사적 배경과 함께 녹여낸다. 메리 케이 애시(메리 케이 코스매틱),레이 크록(맥도날드),샘 월튼(월마트),월트 디즈니(디즈니)의 창조정신도 생생하다.

    "글로벌 기업의 오늘은 그들 손에서 시작됐다"고 단언하는 그는 이 책을 통해 현대 경영의 역사와 혁신가들의 위기관리 능력,존경받는 리더의 사회적 역할을 한꺼번에 일깨워준다. IBM의 창업자인 토머스 왓슨 시니어는 주급 6달러를 받는 정육점 보조에서 시작해 전설적인 영업사원으로 성장했다. 힘든 청년기를 보냈기에 누구보다도 영업사원의 마음을 잘 이해했던 그는 영업팀을 끔찍이 생각하며 늘 영감을 불어넣어줬다.

    자신의 이름을 딴 화장품 회사를 성공시킨 메리 케이 애시와 에스티 로더는 남성 중심의 비즈니스 세계에서 여성만의 장점을 한껏 활용한 CEO였다. 대걸레와 빗자루 등 청소용품을 팔던 메리 케이는 한 마을 여성들의 피부가 유난히 매끄럽다는 것을 눈여겨보고 그들이 만들어 쓰던 화장품 제조법을 사들여 사업을 시작했으며 에스티 로더는 미에 대한 동물적인 감각으로 아름다움의 제국을 세웠다.

    지아니니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은행문을 열고 돈을 빌려주었으며,맥도날드의 레이 크록은 평범한 근로자들도 성공적인 프랜차이즈 사업을 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줬다. 월트 디즈니는 계층에 관계없이 누구나 자녀들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놀이공원을 꿈꿨다.

    저자는 이들의 경영철학을 10개의 렌즈로 비추며 "죽은 CEO들의 선택은 모두 옳았다"고 말한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더 많은 자유와 기회를 줄 것이라는 사실을 확신하고 사람들에게 희망을 심어줬던 주인공들이기 때문이다. 누구나 변화를 꿈꾸며 더 밝은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세상.그것이야말로 '죽은 CEO들의 살아 있는 아이디어'에서 나온 최고의 비전이다.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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