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모비스LG화학이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생산을 위한 합작법인을 설립키로 한 것은 자동차 부품업체와 전지업체 간 시너지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윈-윈 전략이다.

세계적 수준인 LG화학의 전지 기술과 10여년간 현대 · 기아차 부품을 공동 개발해 온 모비스의 자동차 관련 기술을 결합해 최고 수준의 배터리를 만들어 보겠다는 시도다. 현대모비스는 합작을 통해 안정적으로 배터리를 확보할 수 있고 LG화학은 안정적이며 장기적인 수요처를 갖게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배터리 합작법인 설립 '초읽기'

두 회사가 설립할 전기 및 하이브리드카용 배터리 회사는 리튬이온전지(셀)와 팩을 합친 완제품을 생산하게 될 전망이다. 팩은 전기자동차에 들어가는 핵심 부품인 리튬이온전지를 둘러싸고 있는 부분을 통칭한다. 배터리 매니지먼트 시스템(BMS) 및 안전회로,송풍기(냉각시스템) 등으로 이뤄진다. LG화학이 리튬이온전지를 생산,합작법인에 납품하면 합작법인은 팩과 운영시스템 등을 합쳐 완성차 회사에 최적화된 완제품을 공급하게 된다.

이처럼 단순한 시너지효과 외에도 양측은 합작이 전략적으로도 유리하다는 판단을 했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현대모비스는 합작을 통해 자동차용 배터리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게 됐고 차세대 자동차 업계의 판도를 가를 것으로 보이는 2차전지 관련 기술도 습득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LG화학도 확실한 장기 수요처를 확보하는 성과를 올릴 수 있게 됐다. LG화학이 지금은 국내에서 최고의 기술력을 갖춘 자동차용 전지 생산 업체지만 보쉬와 합작한 삼성SDI가 이미 BMW를 고객으로 확보하며 실력을 검증받았고 SK 등 대기업들도 속속 전지산업에 뛰어들고 있어 방심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LG화학은 전기자동차용 배터리의 핵심 부품인 리튬이온전지뿐 아니라 팩까지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국내 유일의 업체다.



◆차 vs 배터리 업계 '기 싸움' 벌어지나

이번 합작법인 설립을 자동차 메이커와 배터리업체 간 차세대 자동차산업 주도권을 둘러싼 경쟁의 '전주곡'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즉 전기자동차는 엔진이 없어지고 2차전지가 현재 자동차의 엔진처럼 자동차의 품질을 결정하기 때문에 현대 · 기아차 그룹이 어떤 형태로든 전지 사업에 발을 들여놓고 싶어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자체적으로 전지사업에 뛰어드는 것은 승산이 없어서다.

GM과 LG화학이 맺은 계약도 이를 방증한다. LG화학은 당초 GM과 리튬이온전지 및 팩을 통째로 공급하는 형식의 계약을 맺었으나 GM의 요구로 팩을 제외했다. 나머지 팩 부품은 LG화학의 기술을 이전받는 조건으로 GM 측이 자체 생산하는 쪽으로 계약을 변경했다. LG화학과 현대모비스의 합작법인 설립계획 역시 모비스 측의 적극적 요구에 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 업계에서는 당장 리튬이온전지를 생산하는 핵심 기술까지는 아니더라도 변두리 기술 하나라도 확보하려는 전략을 세우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아직까지는 자동차 업계와 배터리업계가 상호 공생의 관계지만 장차 양쪽 업계의 이해관계가 첨예해질 경우 주도권 다툼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김용준/이정선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