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심리지수 등 일부 경제지표가 호전되고 있으나 중소 자영업자들의 체감 경기는 여전히 냉랭하다. 창업시장에도 5000만원 이하의 소자본 창업에 대한 관심만 높을 뿐,창업 열기가 본격적으로 확산되지 않고 있다. 소비 부진이 이어지면서 자영업자나 창업자들 사이에 한 가게에서 두 가지 이상의 주력 품목을 취급하려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프랜차이즈 업계에도 '1가게 2점포' 또는 '원 숍 투 브랜드'(one shop two brand)가 등장한 것이다.

◆운영비 줄이고 매출은 늘려

'1가게 2점포'는 시간대별로 주력 제품을 달리하거나 매장을 쪼개 취급 품목을 늘리는 방식이다. 기존 주력 제품 외에 다른 제품을 추가해 매출을 확대하는 대신 운영 코스트를 줄여 수익성을 높이자는 목적이다. 새로운 고객을 유치하거나 한번 방문한 고객의 구매를 늘리는 효과가 있다.

독립 점포의 경우 베이커리 카페나 전통차와 건강죽을 결합한 웰빙 죽전문점,제수용품과 한복을 함께 판매하는 등 다양한 업소가 있다.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늘고 있는 반찬 전문점 가운데 도시락을 함께 취급하는 매장도 생겨났다. 반찬 판매에서 한발 더 나가 즉석에서 도시락을 만들어 파는 업소다. 인스턴트 도시락이 아니라 손맛을 낸 제품이어서 수요가 늘고 있다.

영업시간별로 취급 아이템을 달리해 성공을 거둔 업소도 많다. 밀맥주 전문점 '뷰티풀비어' 선릉점은 연초 330㎡(100평) 이상의 넓은 매장을 활용,점심시간에 4500원짜리 한식뷔페를 선보였다.

하루 평균 400여명이 이용해 전체 매출이 30% 정도 늘어나는 효과를 거뒀다. DVD방과 노래연습장,PC방 및 게임방을 함께 묶은 멀티방도 늘고 있다. 헤어와 메이크업,의상코디,화보촬영을 한데 묶은 점포들도 나타났다.

◆대형 프랜차이즈도 가세

대형 프랜차이즈 가운데서도 '원 숍 투 브랜드'를 본격 운영하는 업체가 등장했다. 치킨전문점 네네치킨은 다음 달 초 '구운 치킨' 브랜드를 만들어 기존 프라이드 치킨 가맹점이 공동 이용하도록 했다. 프랜차이즈 가맹점 중 한 매장에서 두 개의 브랜드를 내걸고 영업을 하는 형태는 처음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현철호 네네치킨 대표는 "최근 웰빙 붐을 타고 수요가 늘고 있는 구운 치킨을 기존점이 추가로 취급할 수 있어 매출을 늘릴 수 있고,본사에 대한 신뢰도도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채선당'이 운영하는 대게요리 전문점인 '대게도락'은 매장 내에 베이커리 전문점을 운영한다. 대게요리를 즐기고 나가면서 베이커리를 구매하는 고객이 의외로 많다는 점에 착안했다. 일반 베이커리보다 20~30%가량 싸게 판매해 고객들의 반응이 좋다. 김익수 채선당 사장은 "매출뿐 아니라 매장 방문객을 늘리는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며 "앞으로 가맹점을 낼 때 베이커리를 숍인숍 형태로 꾸밀 계획"이라고 밝혔다.

◆윈-윈 아이템을 선택해야

'1가게 2점포' 전략이 모두 성공할 수는 없다. 하루종일 판매가 이어지는 매장이나 인력의 업무 분배가 용이하지 않으면 실패 가능성이 높다. 외식업소의 경우 전혀 상반된 품목을 취급하면 식재료 낭비와 인력 손실의 이중고를 겪을 수 있다. 맛 관리와 서비스 질이 떨어지면 고객 불만으로 이어진다. 복합 매장으로 성공하려면 몇 가지 원칙을 지켜야 한다. 우선 점포 인근에 새롭게 접목하려는 상품을 취급하는 경쟁업소가 적은지를 꼼꼼히 살펴야 한다. 특히 프랜차이즈 가맹점이 두 개의 브랜드를 취급할 경우 고객관리나 재무관리를 가급적 독립적으로 운영하는 게 좋다.

최재봉 연합창업컨설팅 소장은 "시간대나 공간을 달리해 한 점포에서 두 가지 이상의 주력 제품을 판매하기 때문에 소비자 입장에서 전문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판단할 가능성이 있다"며 "부족해지기 쉬운 전문성을 어떻게 확보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최인한 기자 janus@hankyung.com
◆도움말=박민구 프랜차이즈산업연구원 부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