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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15일,2010년 월드컵이 열리는 남아공의 행정수도 프리토리아 시청.

그웬 라모쿠파 프레토리아 시장과 김한수 남아공 주재 한국대사를 비롯한 참석자들은 이날 시에 전달된 퍼스펠트 스타디움의 모형 전시물 앞에서그 정교함과 아름다움에 연신 '원더풀'을 연발했다.

한국의 건축 모형 제작 업체인 ㈜기흥성(대표 기현중 www.keecorp.com)이 3개월 작업 끝에 완성해 프리토리아 시에 기증한 이 작품은 실제 경기장을 400분의 1로 축소한 미니어처다. 국내 모형제작 분야에서 45년의 전통을 이어오며 '명가'로 이름을 떨쳐온 ㈜기흥성이 남아공에서도 한국인의 뛰어난 손기술을 과시하는 순간이었다.

그웬 라모쿠파 프리토리아 시장은 "월드컵을 개최한 한국으로부터 선물을 받아 더욱 뜻 깊다"며 "한국팀이 프리토리아에서 경기를 했으면 한다. 최대한 지원하겠다"고 한국의 선전을 기원했다.

㈜기흥성은 이처럼 세상을 축소해 모형 제작 분야에서 새 한류를 이끌어온 선각자다.

㈜기흥성의 설립자인 기흥성 회장은 "국내 건축물,토목과 유적 복원,보존용 모형의 70%를 우리가 제작했다"며 "모두 심혈을 기울여 만든 창작 예술이기 때문에 어느 하나만을 대표작으로 꼽을 수 없을 정도로 자식 같은 존재"라고 말했다.

기 회장이 지금껏 만든 작품은 4000여 점. 열 번을 오르내리며 실측했던 에펠탑이나 2년 가까이 사무실에서 먹고 자며 완성시킨 롯데월드 민속관 등 각 작품마다 특별한 사연이 깃들어 있다. 이 중 1000여 점은 현재 경기도 양평에 짓고 있는 2만여㎡ 규모의 조형박물관에서 대중과 만날 날만을 기다리는 중이다.

기 회장은 중국 베이징 칭화대 내 미술학원과 호남대 건축공학과의 객좌교수로 일하는 등 대외활동도 활발하다. 1996년 화관문화훈장을,2001년 경주세계문화엑스포 공로표창을,2007년 대통령표창장을 수상하며 그간의 업적을 높이 평가받기도 했다.

㈜기흥성은 1994년부터 기 회장의 아들인 기현중 대표가 취임해 2세 경영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작업 중에 아버지를 '선생님'으로 불렀을 만큼 철저한 훈련을 받아 왔다"는 기 대표. 그는 지난 15년간 ㈜기흥성을 세계적인 전시모형 기업으로 성장시키기 위해 각별한 공을 들여왔다.

해외 진출의 교두보는 중국이었다. 2001년 기 회장이 중국 칭화대 객좌교수로 임명된 것을 계기로 2003년 현지 법인인 '북경기흥성모형유한공사'와 '북경기흥성전람전시유한공사'를 설립했다. 중국 내 박물관 전시관 등의 기획 및 시공업무와 문화재 관련 전시품 복원,각종 전시 모형 제작,옥외광고물 제작이 이 회사의 주요 업무다.

총 120여명의 전문 인력을 보유한 베이징 법인은 중국 내 전시 및 모형산업에서 주목 받는 전문회사로 우뚝 섰다. 이 같은 성장에는 기 회장으로부터 전수된 장인정신과 기 대표의 현지화 전략이 결합해 시너지 효과를 낸 것이 큰 몫을 했다. 기 대표는 "고객이 요구하는 모든 프로젝트마다 작업의 완벽성과 예술성을 추구하는 아버지의 장인정신을 바탕으로 삼았다"며 "더불어 중국인들의 문화를 맞춰주면서 신뢰를 얻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쓰촨성 대지진이 일어났을 때는 기부에 발 벗고 나서면서 그들의 편에 선 기업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기도 했다.

이를 통해 ㈜기흥성은 중국 내에서의 실적 리스트를 알차게 채워가고 있다. 1980㎡ 면적 2층 규모의 산둥성 덕주시 도시계획관,10개월의 작업 기간을 거친 3960㎡ 규모의 산동성 덕주 파지문화박물관,길이 50m 폭 14m의 초대형 도시계획 모형전시물인 다롄 고신개발구홍보관(현재 기네스에 등재 출원 중) 등이 대표적.

최근에는 2010년 상하이 엑스포 도시관(정부관) 현상공모에서 칭화대와 공동으로 당선돼 현재 설계 작업을 진행 중이다. 또한 헤이룽장성관,지린성관 등의 현상공모에도 당선돼 중국 현지 파트너 회사와 작업을 병행하고 있다. 기 대표는 "엑스포 홍보관 사업은 앞으로의 중점사업이기도 하다"며 "향후 중국 업체와의 협력을 통해 현지 내수시장을 장악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내년에는 현지 세 번째 법인인 '북경기흥성장식공정유한공사' 설립도 앞두고 있다.

㈜기흥성은 앞으로 갈 길이 더 멀다. 중국의 생산기지를 발판삼아 세계로 뻗어나가는 것이 최종 목표다. 기 대표는 "중국에서의 사업이 안정선상에 오름에 따라 유럽 쪽 사업도 준비하고 있다"며 "박물관,전시관 등의 전시물과,옥외광고 및 환경조형물 등의 기획,제작 설치에 대한 업무와 관련해 독일의 파트너와 협력 중이고 올 연말쯤 사업이 가시화될 것"이라고 전했다.

신재섭 기자 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