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수세가 몰리고 있는 정보기술(IT)과 자동차회사들의 올 연구개발(R&D) 투자규모가 타 업종을 월등히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신용평가정보는 25일 유가증권시장 상장기업 중 올 상반기에 R&D 비용을 가장 많이 쓴 기업은 3조3143억원을 투자한 삼성전자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지난해와 비교 가능한 326개 기업의 R&D투자액을 조사한 결과다.

삼성전자에 이어 상반기 R&D투자액이 1000억원 이상인 기업은 현대차(5249억원) 하이닉스(3907억원) LG전자(2092억원) SK텔레콤(1143억원) 기아차(1041억원) 등 6개였으며,KT(984억원) LG디스플레이(742억원) 현대모비스(574억원) 동아제약(573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R&D 투자 상위 10위 중 9개가 IT와 자동차 기업으로 채워진 셈이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IT 분야에서는 R&D투자가 선행돼야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며 "R&D투자는 매출과 연동해 이뤄지기 때문에 국내 IT기업들의 매출이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것도 향후 전망을 밝게 해준다"고 진단했다.

특히 1위를 차지한 삼성전자는 상반기 영업이익이 70% 이상 급감했음에도 불구,R&D 투자를 전년 동기에 비해 6.3% 늘려 향후 높은 성장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분석이다. 송명섭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전통적으로 경기가 안 좋을 때도 투자를 아끼지 않았기 때문에 오늘날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며 "1분기엔 반도체 분야에서 적자를 볼 정도로 상황이 나빴음에도 R&D 투자를 늘린 것이 2분기 대규모 흑자의 원동력이 됐다"고 설명했다.

20위권 내의 기업 중에도 LG이노텍(503억원) 한국타이어(444억원) 동부하이텍(437억원) 쌍용차(328억원) 제일모직(328억원) 등 IT와 자동차에 관련된 기업들이 대거 포진해 있어 최근 시장을 이끄는 주도주들의 상승세에 적극적인 R&D투자가 한몫 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R&D 투자 규모가 100억원 이상인 기업 중 전년 동기 대비 투자액이 가장 많이 늘어난 기업은 LG이노텍(93.6%)이었으며,LG전자(35.6%) 제일모직(53.4%) 현대건설(38.2%) 삼성테크윈(34.9%) 등도 투자 규모를 많이 늘린 것으로 집계됐다.

이승재 대신증권 연구원은 "경기가 나쁠 때도 R&D투자를 꾸준히 한 기업들은 경기 회복시에 그렇지 않았던 기업들과의 격차를 벌릴 가능성이 높다"며 "국내 경기가 선진국보다 빠르게 회복하고 있어 우리기업들의 R&D투자 확대는 글로벌 경쟁에서 앞서갈 수 있는 발판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